기사입력시간 : 2008-06-09

다시 물에 잠기는 윈펑댐 고구려 유적

최종택 고려대 교수·고고학 중국 신화통신을 통해 압록강 중류 윈펑(雲峰)댐 수몰지역에서 2360기의 고구려 고분과 한대(漢代)의 성곽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계 안팎에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초기 고구려의 수도였던 환런(桓仁)과 지안(集安)을 제외한 지역에서 이처럼 대규모의 고분군이 조사된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석성(石城)이 함께 발견됐다니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는 고구려가 건국 초기부터 동쪽으로 영역을 확장하여 이 일대를 지배해왔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향후 고구려 연구에 결정적인 자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에 대해 그 사실 자체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을 수만 없는 것이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발견과 관련된 주요 논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고분과 함께 조사된 석성이 중국의 발표처럼 중국 한대의 성이 맞는가 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고분 중 일부는 윈펑댐이 건설된 1964년 당시 이미 조사된 것으로, 이들이 고구려 고분이라는 것은 중국학자조차도 부정하지 못한다. 함께 발견된 성은 돌로 쌓은 석성이며, 이 지역의 한대 성이 모두 토성이라는 사실과 같은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도 이 성이 고구려 사람들이 축조했음을 추정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다른 하나는 수몰된 지 42년 만에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이들 유적이 자세한 조사도 없이 곧 재차 수몰되도록 두고 보아야만 하느냐는 것이다. 이 지역에 대한 조사는 백두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창바이산(백두산의 중국 명칭)문화연구회 회장 장푸여우(張福有)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린성인민위원회 선전부 부부장이기도 하다. 이미 중국의 동북공정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이번의 조사와 재수몰에 대한 중국측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의 핵심은 귀중한 우리 문화유산인 이들 유적이 오늘날 중국의 영토 안에 있다는 현실과 관련돼 있다. 1960년대 말에는 고구려의 첫 번째 수도인 졸본성으로 추정되는 오녀산성(五女山城) 아래 고력묘자고분군이 수몰됐다. 건설공사로 인해 지안시의 수많은 고분도 파괴됐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구려가 고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주장의 허구를 밝히고, 고구려사가 한국사임을 논증하려는 노력보다는 감정적인 대응이 앞서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필요하다.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임이 분명하지만, 많은 고구려 유적이 오늘날 중국의 영토 안에 있다는 현실도 인정해야만 한다. 중국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 왕웨이(王魏) 부소장의 말이 생각난다. “한국은 중국학자들이 고구려는 중국사라는 주장 자체를 못하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윈펑댐 유적의 발견이 우리 학계의 중국 내 고구려 유적에 대한 냉정하고 현실적인 접근의 계기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그 첫 단계는 한·중 학자들 공동연구의 물꼬를 트는 일이다.


(최종택 고려대 교수·고고학)  조선일보 2006.05.21 23:12

  기사입력시간 : 20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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