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07-05-16

옹기(甕器)
옹기(甕器)



















▲ 조용헌



팔자를 바꾸려면 거듭나야 한다. 어떻게 해야 거듭나는가? 불로 지지는 수밖에 없다. 성령(聖靈)의 불로 한번 태워야지, 숙세(宿世)의 업장(業障)이 소멸되고, 다시 태어난다.

여기서 요점은 불이다. 불은 참 대단한 위력을 지녔다. 그릇 가운데서도 옹기를 보면 불의 효능을 깨닫게 된다. 옹기의 장점은 통기성(通氣性)에 있다. 물은 통과하지 못하지만 공기는 통과되는 그릇이 바로 옹기이다. 주변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옹기의 위대한 점이다. 호흡할 수 있기 때문에 발효식품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옹기가 이처럼 주변과 호흡할 수 있는 능력은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니다. 섭씨 1200도라는 고열의 불로 한번 지졌기 때문에 그 능력이 생긴 것이다. 1200도 정도가 되면 옹기 흙에 들어 있는 유기물질(有機物質)로 인해서 미세한 구멍이 생긴다. 이 미세한 구멍이 ‘나와 너’를 단절시키지 않고 소통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옹기를 보면서 불의 공덕을 실감한다. 옹기는 발효식품과 곡식을 저장하는 기능으로는 세계 최고이다. 이는 한국의 음식 가운데 발효식품이 많이 발달되었고, 곡식을 저장할 필요가 많았음을 말해준다.


옹기의 종류 가운데 ‘푸레독’이라는 옹기가 있다. 보통 옹기는 유약을 바르지만, 푸레독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옹기이다. 코팅 효과를 내는 유약 대신에 1200도 온도에서 굵은 소금을 집어넣어 만든다. 그리고 솔가지를 태우면서 발생한 연기가 그릇으로 침투하도록 하였다. 이 연기로 인해서 옹기의 그릇 색깔이 검으면서 푸르스름한 색감을 낸다. 푸르스름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푸레독’이다.


푸레독은 옹기이면서도 독특한 격조를 풍긴다. 쌀이나 곡식을 저장하던 용기로 이용되었다. 궁중에서 임금님의 쌀을 담아 놓은 ‘어미(御米)독’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주로 서울·경기 지역에서 푸레독이 많이 유행되었다.


푸레독 전문가 중 한 사람이 장영필(張榮弼)씨이다. ‘장영필의 푸레독’은 독특한 품격을 풍긴다. 특히 푸레독의 뚜껑을 나무로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뚜껑이 나무이기 때문에 열고 닫을 때 가벼울 뿐만 아니라 부딪치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실내에 들여다 놓고 사용해도 좋다. 푸레독을 볼 때마다 ‘거듭 남’이 생각난다.




조용헌·goat1356@hanmail.net  2006.09.26 19:42 06' 조선일보

 

  기사입력시간 : 200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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