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07-05-16

말글 세우기

말글 세우기


“이 때를 타고서, 외국의 말과 글은 바람 따라 흐르는 조수에 밀려 닥치는 사나운 물결처럼 몰려 들어와, 미약한 국성(國性)은 전쟁에 진 싸움터의 고달픈 깃발처럼 움츠러지니, 이 때를 당하여 국성을 보존하기에 가장 소중한 제 나라 말과 글을 이 지경에 두고 도외시하면 국성도 날로 쇠퇴할 것이요, 국성이 날로 쇠퇴하면 그 영향이 미치는 바는 헤아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마침내 나라 힘의 회복은 바라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 말과 글을 조사하여 바로잡아서 이를 장려함이 오늘의 급한 일이라 하겠다. ”(주시경 ‘조선어 문전 음학’ 머리말, 박지홍 옮김)(1908)



<조선어 문전 음학>은 우리 말본의 소리에 관한 연구서다. ‘국성’이란 나라의 특성, 곧 나라의 고유한 바탕을 말한다.



밀어닥치는 외국말과 글들로 국어는 고달프다. 20세기에도 그랬고, 21세기인 오늘도 그렇다. 국제화 물결은 지난 시대도 거셌고, 오늘날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오늘날의 세계화가 지난날의 국제화보다 더 넓고 급한 것이 다를 뿐이다.



이 참에 위의 글을 드러내 보이는 뜻은 세계화를 배척하는 닫힌 민족주의에서도 아니고, 외국어를 배우지 말자는 외곬 국어주의에서도 아니다. 국제화·세계화 속에서도 우리의 국성을 잃지 말자는 외침에 다시 한번 귀기울여 보자는 뜻이다. 외국어를 잘 익히되 우리말의 바탕을 잃지 말자. 우리 말과 글에 외국어를 뒤섞지 말자. 지금 우리 언론 매체들은 영어와 로마자 섞어 쓰기에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조재수/사전편찬인 2003.4.1.한겨레신문

  기사입력시간 : 2007-05-16

이 뉴스클리핑은 http://dokdocenter.org/dokdo_news/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