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07-05-16

이라크와 한반도 평화
이라크와 한반도 평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는 것이 진정으로 현실주의적인가 많은 사람들은 외환시장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요를 걱정한다. 부시 행정부를 지지하는 것이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그것이 현실주의라고, 그것이 냉혹한 국제질서라고. 과연 그런가 이라크 전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바그다드의 사람들을 들먹이지 않겠다. 그들의 공포를 넘은 체념의 눈망울을 생각하라고 감성적으로 호소하지 않겠다. 현실주의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라크전은 우리에게 두가지 중요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다.



부시 행정부는 유엔이라는 국제사회의 합의구조를 무시했다. 탈냉전 이후 세계가 이토록 양분된 일이 있는가 미국의 민주당을 비롯하여 공화당의 일부 인사까지도 이라크전을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전쟁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는 ‘유엔 무용론’을 거론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그것을 ‘미국의 고립’이라고 말했다. 유엔의 승인을 얻지 않고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전쟁을 하겠다는 것은 세계질서에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시 행정부는 다자간 접근을 말하고 있다. 4자회담이나 북한에 대한 다자주의적 경제협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가 말하는 다자주의는 맞춤형 봉쇄와 같이 북한 압박을 위한 주변국의 협력을 말한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의 벼랑끝 전술의 당사자인 한국과 일본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발상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군사주의다. 국제사회의 이라크전 반대는 후세인 정권을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다. 분쟁을 해소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전쟁은 대화와 협상, 외교적 압력이 무산되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최후 수단이다. 부시 행정부는 외교의 문이 닫히기도 전에, 침략을 선택했다. 부시 행정부가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외교정책의 기조를 부정하고 있는 현실은 우려할 만하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진지한 대화를 시도해 본 적이 없다. 협상은 없다는 것이 대북정책 기조다. 제재와 봉쇄, 그리고 군사적 선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한반도에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군사행동은 쉽지 않다. 한국이 동의하지 않는 군사적 공격은 재앙을 의미하고, 중국 역시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부시 행정부는 협상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 한반도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고려할 때,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경제의 불안정성은 결국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어야 근본적으로 해소된다. 군사적 일방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와 공조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지는 재고해 보아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우리의 자구책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적 패권에 군사주의로 맞서겠다는 북한의 전략은 위험한 선택이다. 북한이 현재 보여줘야 하는 것은 군사주의가 아니라 평화주의다. 아직도 부시 행정부의 실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북한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대화를 다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이 제기한 다자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한반도 주변국은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완화시킬 수 있는 주변국 외교가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질서는 탈냉전을 넘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반도의 상황 역시 유동적이다. 국제정세를 보는 복합적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며, 한반도의 국제적인 평화외교를 더는 미룰 수 없는 때가 되었다.



김 연 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2003.3.19.한겨레

  기사입력시간 : 200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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