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17-03-24

쓰시마섬에서 거대 삼나무에 반하다
2월17일(금) 아침이 밝았다. 아직 비가 온다. 아침은 도시락으로 준다고 하여 7시에 사무실로 갔다. 우산을 쓰고는 사무실로 갔다. 도시락을 받아 들고는 펜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바닷가 언덕 위에 지은 통나무집들, 아직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수선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질퍽질퍽하고 춥기까지 하다.

 



▲ 일본 쓰시마 나무를 잡고 기도를



아무튼 대충 둘러보고는 식사를 하기 위해 방으로 갔다. 아직 자고 있는 연우를 깨워서 아침을 먹는다. 나는 낫토에 밥과 튀김을 조금 먹었다. 연우는 생선에 밥만 정말 조금 먹고 만다. 나도 별로 맛없는 도시락에 감동은 없다.





▲ 일본 쓰시마 반쇼인에서 연우



이제 세수도 하고 짐도 정리하여 이즈하라 시내로 간다. 비가 그쳤다. 쓰시마 시청 옆에 있는 쓰시마도주 가문의 무덤이 있는 '반쇼인(萬松院)'으로 갔다. 입구가 막혀있어 쉬는 날인가 했더니 측면으로 돌아 입장을 하니 안쪽에 매표소가 나온다. 어른 300엔, 청소년 200엔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바로 본당이다.



 

▲ 일본 쓰시마 연산군이 쓰시마도주에게 준 선물\



넓고 지붕이 높은 본당의 우측에는 쓰시마 도주가 조선의 광해군에게서 선물로 받은 촛대, 향로, 화병이 전시돼 있다. 전시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선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하니 기분이 좋고 폼 난다. 본당 내부를 천천히 살펴보고는 나왔다.





▲ 일본 쓰시마 연우가 운세를 보기 위해 하나 사오다



그 사이 연우는 '신의 뜻에 의하여 길흉을 점치는 제비뽑기인 마키미쿠지(巻きみくじ)'를 50엔을 주고는 하나 들고 나왔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오늘 저녁에는 아들의 운세를 재미로라도 보기 위해 번역을 해주어야겠다.





▲ 일본 쓰시마 반쇼인 본당



앞에 있는 매화나무 아래에서 기념 촬영. 벌써 이곳은 봄이다. 꽃들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인다. 이제 뒤편의 비석과 탑들을 살펴본다. 약간 방치된 느낌이다. 주변 나무들이 좋아서 산책 겸 걷는다. 밤새 비가 내려 공기도 무척 좋다. 이! 상쾌함이 너무 좋다.





▲ 일본 쓰시마 대단한 계단이다



이제 좌측의 132개 돌계단을 올라 납골당이 있는 묘원으로 오른다. 아래에서 그냥 올려다보는 돌계단이 압권이다. 어느 사찰의 돌계단보다 운치 있고 웅장하다.



좌측 끝 무렵에 있는 삼나무 고목 한 그루와 묘원 앞에 있는 두 그루의 거대한 삼나무가 나를 압도한다. 나무를 하나하나 안아보고 만져본다. 오늘 하루 다른 곳에 가지 않아도 좋을 만큼 나무도 좋고 숲도 좋고 공기도 좋고, 계단도 좋다.





▲ 일본 쓰시마 반쇼인의 고목



그냥 돗자리를 하나 깔고 하루 종일 쉬었다 가면 좋을 것 같다. 국가지정문화재다운 멋진 곳이다. 일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멋진 묘역이라 감동이 크다. 여기만 봐도 쓰시마를 전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좋다. 이제 다시 마트로 가서 점심 도시락을 사서는 남섬의 남쪽 중간 정도에 있는 '은어맞이(鮎もどし)자연공원 캠핑장'으로 갔다.



천천히 점심도 먹고, 삼나무 숲길을 산책하고자 한다. 계곡의 너럭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아직 비 온 다음이라 물 자국이 많아서 캠핑장 안에 있는 통나무집으로 갔다. 식사를 할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 거기에서 점심을 먹었다.





▲ 일본 쓰시마 은어맞이 공원



아침과 점심 모두 도시락을 먹은 연우는 뿔이 나 있었지만, 시내를 제외하고는 인가가 드문 곳이다. 식당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친 연우는 그냥 계속 투덜이다. 투덜투덜. 아무튼 연우를 달래어서 잠시 산책을 했다. 공기도 좋고 삼나무도 좋고 물이 왕창 흐르는 계곡도 좋다.



쓰시마에서는 보기 힘든 계곡이 좋은 곳이다. 여름에는 많은 캠핑객들이 몰리고 있다. 입구에 있는 아이스크림 자판기가 마음에 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어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 거대한 녹나무 신목이 있는 '다쿠즈다마신사(多久頭魂神社)'로 갔다.



일본의 수천 개 신사중에 최고인 '명신대사(名神大社,메이신다이샤)'중 하나인 '다카미무스비신사(高御魂神社)'와 좌우측에 함께 있는 신사이다. 이곳에 모신 다카미무스비(高御魂)는 일본신화에서 옥황상제와 같은 절대적 존재이다. 





▲ 일본 쓰시마 신사의 신목



신사 본당인 배례전 뒤에는 거대한 신목이 세 그루 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지난번에는 자세히 보지 못했던 동종을 살펴보았다. 무려 1000년 전에 만든 것으로 정말 국보급 문화재다. 동종을 본 다음, 본당 뒤 고목들을 살펴보고 만져보았다. 아들 연우의 성공적인 대입도 기원해 본다.



나오는 길에 고대의 쌀인 붉은 쌀(赤米, 아카고메)을 재배하는 농지도 살펴보았다. 이곳은 1월에 풍어제와 10월 추수 무렵에 붉은 쌀 축제가 유명하다고 한다. 1월의 풍어제는 지난  번에 방문하여 우연히 참관을 했다. 이제 차를 다시 타고는 남섬의 최남서단에 해당하는 '쓰쓰자키(豆酘崎) 전망대'로 갔다.



현해탄(玄海灘)의 검은 바다가 멋진 곳이다. 바다 위 암초에 세워진 등대며, 암초 사이를 배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나무 부표, 두어 척 고기를 잡고 있는 배들, 바람에 날리고 있는 나무와 파도를 즐기고 있는 바위들, 그리고 하늘을 날고 있는 매 등등 멋스러운 곳이다.





▲ 일본 쓰시마 쓰쓰자키



저 멀리 바위는 마치 예수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고, 심한 바람에 몸을 숙이고 누워있는 나무들은 신령스럽기도 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부처님을 닮은 석불, 한참을 바람을 맞고 있으니, 내장 속까지 시원해지는 것을 느낀다. 춥기도 하다. 연우는 감기에 걸린 상태라서 일찌감치 차로 돌려보내고 나는 조금 더 있다가 차로 갔다. 기분이 최상이다.



정신도 맑아지고 머리도 상쾌함을 느낀 듯 신이 났다. 나오는 길에 캠핑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차를 조금 더 달려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渡來人)의 후손으로, 늙은 모친과 둘이 살던 쓰루오고젠은 궁녀가 되는 것을 거부할 수 없어 자살하고 말았다'는 전설이 있는 '비조즈카(美人塚, 미녀총)'을 살펴보았다. 가슴 아픈 처녀의 이야기다.



이어 남섬의 서쪽 중앙에 있다는 '이시야네(石屋根.돌지붕)'를 보기 위해 차를 몰았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다보니 너무 삼나무 숲이 좋아 그냥 임도로 들어갔다. 차를 달리다가 길옆에 세워두고는 임도를 따라 걸었다. 10여분을 걸었다. 좌측에 비포장 임도가 있어 무조건 들어갔다.





▲ 일본 쓰시마 이끼투성이 임도



바닥이 온통 이끼투성이의 멋진 임도였다. 무작정 걸어보았다. 정말 푹신푹신한 융단 위를 걷는 기분이다. 비가 온 다음이라 흙도 축축하고 이끼도 물컹물컹. 걷는 것이 재미난다. 나무와 돌을 만져보기도 하고 이러 저리 살피며 걸었다. 30분 넘게 걷고는 다시 천천히 돌아왔다.



오늘은 만보 이상 걸은 것 같다. 삼나무 숲길을 너무 기분 좋게 걸었다. 오늘은 무척 잠이 잘 올 것 같다. 피곤도 하지만, 내장까지 시원하고 좋은 공기로 심신을 청소를 한 듯하다. 기분 좋은 오후의 산책이었다. 이시야네(石屋根.돌지붕)는 다음에 보기로 하고, 이제 저녁도 먹고 식사도 할 겸 숙소가 있는 쓰시마 중앙부에 있는 G호텔로 갔다.





▲ 일본 쓰시마 역시 일본 쓰시마 삼나무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우선 방을 배정받고는 목욕부터 했다.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니 피곤이 확 풀리는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몸을 쉬게 한 다음, 식사를 하기 위해 이즈하라항으로 다시 나갔다. '야키니쿠(やきにく, 焼き肉)'식당을 찾기 위해 골목을 여러 바퀴 돌다가 겨우 찾아들었다.



갈비와 내장, 간 등을 주문하여 맛나게 먹었다. 김치가 한 접시에 700엔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름 좋았다. 연우는 주로 갈비를 먹었고, 나는 내장과 간을 구워서 먹었다. 하루 종일 다니고 배도 고팠지만, 소식하는 나와 연우는 많이 먹지는 못했다.



이제 연우는 시내 구경을 하기 위해 두 시간 산책을 갔고, 나는 차를 마트 앞에 주차해 두고는 선물로 줄 녹차와 초콜릿을 조금 샀다. 그리고는 햄버거 가게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연우를 기다렸다.



아무리 18살이라고 하지만, 일본어도 몇 마디 겨우 하는 아이가 혼자 시내 산책을 한다고 하여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치안이 좋고 작은 마을이며, 나름 똑똑한 아이라 두 시간 만에 정확히 약속한 장소인 햄버거 집으로 콜라를 한 병 사 들고는 돌아왔다. 생각해보니 이놈이 콜라를 달고 사는 것 같다. 걱정이다.



자! 이제 숙소가 있는 호텔로 돌아가자. 차를 타고 20분 정도 만에 숙소에 닿았다. 오늘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한 선후배들이 식사와 목욕을 마치고는 호텔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5명이 더 왔으니, 연우와 나까지 7명이 되었다. 로비에서 잠시 담소를 나누고는 인터넷 등을 확인하고는 모두 해산했다. 하루 종일 운전에 길 찾기로 고생한 피곤한 날이었다. [오마이뉴스 2017.02.22]



독도본부 2017.03.24 www.dokdocenter.org
  기사입력시간 :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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