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1일 오전,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 남방 4개 섬(일본명·북방영토) 중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를 전격 방문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직접 유감을 표명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또한 일본의 이런 반응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주러시아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하겠다고 말하는 등 일·러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구(舊)소련 시대를 포함해 국가 원수로서는 처음이다. 그는 구나시리에서 정치적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 발전소 등 기반시설 및 생선가공 공장을 둘러보고 유치원과 일반 시민의 집도 찾았다. 그러나 쿠릴 남방 4개 섬과 관련된 러시아 정부의 최근 움직임을 감안할 때, 영토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일체의 타협을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일본이 1945년에 항복문서에 서명했던 9월 2일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로 선포해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열었다. 9월 말에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2차대전 역사에 대한 왜곡은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4개 섬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결과에 대한 훼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때 중국 방문 뒤 구나시리를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가 악천후로 포기한 바 있으나, "우리나라에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 1일 쿠릴열도 남방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중 최남단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를 방문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러시아 정교회 건물 앞에서 사할린 주지사 알렉산드르 호로샤빈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당연히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방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 총리는 국회 답변을 통해 "러시아가 극동지역에 힘을 쏟아붓고 있다"면서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은 이날 낮 미하일 벨리 주일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일본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벨리 대사는 마에하라 외상을 만난 뒤 보도진에 "이번 방문은 러시아 국내의 일로, 국제적 측면은 없다"면서 "일본측은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릴열도 남방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등 4개 섬을 일컫는다. 1854년 일·러 강화조약 이후 일본 영토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 러시아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의거, 실효지배 중이다. 하지만 일본은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구소련은 1956년 일·소 공동선언으로 시코탄과 하보마이 등 2개 섬을 양도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고, 1997년에는 '2000년까지 해결한다'고 합의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2010.11.02. 독도본부 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