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자 여사가 잠든 이씨 왕가의 묘를 현재도 참배하고 있는 김 수임 씨＝경기도 남양주시
향수와 증오 옅어진 기억
서울시내에 있는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1층의 일본서적을 모아 놓은 도서실에는 고령의 한국인들 모습이 눈에 띤다. 소년이었을 적, 학교에서 배운 국어는 조선어(한국어)가 아니라 일본어였던 일본에 의한 통치세대의 사람들이다.
중학교 3학년까지 학교에서는 일본어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는 남성(81세)은, 「지금도 역사책이나 소설 등은 일본어로 읽는 편이 편하다」고 말한다.
서울시내, 오래된 레스토랑에서 매달 1회, 「일본문화연구회」가 열리고 있다. 연구회는 1990년에 한국의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발족. 회원은 당초 50명 정도였지만, 고령화 등으로 서서히 줄어, 현재는 15명 정도. 연구회에서는 일본어가 사용되고 있다.
113회째의 이날의 참가자들은 5명. 전원, 80세 이상의 남성이었다. 조선인을 일본화하기 위한 교육과 창씨개명과 같은 황민화정책이 취해졌던 시대에 소년기를 지낸 사람들이다.
참가자인 강 원희씨(80세)는 「일본에 대해선 정말 친근함을 느끼고 있다. 일본에는 나쁜 부분도 있지만, 훌륭한 부분도 많다. 일본인은 좋지만, (일본이란)국가가 나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1930년을 전후로 태어난 세대는 모두 일본에 세뇌당해 일본인이 되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할 정도로 철저히 교육을 받았다」
다른 참가자(81세)는 다음과 같이 되돌아본다.
「당시 주위에는 일본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은 없다. 반대로 식민지 시대가 더 지내기 좋았다. 강원도(한반도 동부)의 대지주여서 토지를 많이 갖고 있었는데 해방 후의 농지개혁으로 거의 잃고 말았다」
「일본정부는 사죄하라」「법적으로 배상하라」－.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입을 모아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수는 약 500명. 매주 수요일에 전 위안부와 지원단체 등이 열고 있는 항의집회다.
92년 1월에 시작되어 올해 11일로 930회째가 됐다. 최고온도는 32.7도, 습도 73.9%.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후덥지근한 날씨. 제일 앞줄에는 7명의 전 위안부의 모습이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인 김 복동씨(84세)는 모든 창문을 블라인드를 내리고 침묵하는 일본대사관을 향해 위와 같이 소리 질렀다. 마지막에는 욕하는 소리에 가까웠다.
「이 늙은이들이 모두 죽기 전에 사죄와 배상을 하라. 듣고 있느냐. 나쁜 놈들아, 양심도 없는 놈들이다. 우리들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인가」
한국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전 위안부는 234명으로, 이미 60% 이상이 사망. 생존하고 있는 83명도 그 대부분이 80세가 넘었다.
통치시대에 제창되어진 「내선일체」를 상징하는 일본인 여성이 있다. 옛 황족으로 나시모토노미야 집안(梨本宮家)에서 이씨 왕가의 황태자인 영친왕에게 시집 온 고・이방자(이 마사코)씨. 60세가 넘어 한국으로 건너가 한국의 자선활동과 일한친선을 위해 노력했다.
89년에 87세로 사망. 20년 이상의 세월이 경과, 지금은 한국인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우려, 현창(顕彰)을 호소하고 있는 한국인 여성이 있다. 이방자 여사를 곁에서 지켜왔던 통역사 김 수임씨(89세)다. 지금도 이방자 여사가 잠든 이씨 왕가의 묘를 참배하는 걸 빠뜨리지 않는다. (참배)회수는 500회에 이른다.
김 수임 씨는 반일감정이 드셌던 개성(현재 북한)출신이다. 친정은 소작인을 썼던 대지주로, 부친은 지일가(知日家)였다. 통치시대에 부친은 금융조합에 근무, 동료는 모두 일본인이었다.
「집에서는 일본식 예절을 받으며 자랐다. 예의바르고 정직할 것,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것을 배웠다」
통치시대에 대해 김 수임 씨는 「일본인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원망은 없다」고 단언,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통치된 건 우리들의 힘이 부족했던 탓이다. 민족으로서 약했기 때문에 지배당했다」
통치시대에 직접 여러 일을 체험했던 80세 이상의 한국인은 100만 명이 안 되는 약95만 명이다. 전인구의 2%에도 미치지 않는다. 해마다 그 수는 줄어 통치시대의 기억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일한병합조약이 1910년 8월 29일에 공포되고, 일본에 의한 한반도 통치는 35년간 계속됐다. 그로부터 100년. 통치는 이미 65년 전에 끝났지만, 과거, 그리고 지금을 사는 한국인들은 일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세대별로 정리해보았다.
2010.09.02. 독도본부 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