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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시민사회라 말하고, 국민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워 시민이라 말하는 지도자가 일본에 적지 않다. 지난날 자민당의 대간사장이 “나는 국민보다는 시민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는 취지의 말을 TV에서 했던 걸 떠올렸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씨가 수상이 되기 얼마 전까지「지구시민」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고 친구로부터 들었다. 필자도“일본은 일본인만이 사는 곳이 아니다”라고 쓴 하토야마씨의 글귀를 읽고 강한 위화감을 느낀 적이 있다.
≪국가와 공동체의 가치를 부정≫
수상의 말투가 너무나 경박하고, 각료들의 발언도 제각각, 대체 지도자가 일본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정말이지 불투명하다, 라는 게 매스컴의 현 정권 비판에 자주 쓰는 말이다.
과연 그런가. 영주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부여와 선택적 부부별성제도(選択的夫婦別姓制度)와 인권침해구제를 위한 법안 등은 머지않아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동아시아공동체 창성(創成)이라는 구상도 내놓았다. 이런 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민주당 정치가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사상에는 특정벡터가 있으며, 이들이 지향하는 일본의 미래상은 결코 불투명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상은 선명하다 하겠다.
국가라든가 공동체라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고, 국가와 공동체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개별(個)」을 좋은 것으로 간주하는 사상이다. 주권국가라는 공간, 국민국가가 맞물려 짜아 온 역사, 다시 말해 공간적, 역사적인 「경계(境界)」개념을 희박하게 만들고, 오히려 경계의식을 무효화시키는 것이 「개별(個)」로서의 「시민(市民)」에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규범이다.
이 규범이 「포스트모더니즘(초근대)」적인 사상이다. 사상으로는 애매하고 너무 다의적이다. 그러나 오히려 정의가 애매하고 다양한 의미와 감각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의 「분위기」를 포용적으로 제시, 게다가 이 개념에는 말하지 않고도 사회가 향해갈 방향성까지 암시되고 있다.
≪현실성이 결여된 동아시아공동체≫
특정영역과 영역 내에 사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유일한 합법적인 권력이 국가이며, 무력과 내셔널리즘으로 자국을 방위한다는 주권국가시대가 「모던」이다. 대조적으로 「포스트모던」시대에서는 경제와 입법과 방위 등에 대해서는 주권국가의 의사결정 대신에 국제적인 체계와 조약이 강력해지고 내정과 외정의 구별이 애매해져, 이런 상태를 규범으로 삼는 사상이 포스트모더니즘이다.
분명 유럽연합(ＥＵ)에서는 단일시장이 형성되고, 단일통화인 유로와 공통통상정책이 도입되어, 이들을 보장하는 유럽연합법이 국내법에 우선하는 초국가적 통합이 실현되고 있다. 안전보장 측면에서 보면 유럽연합은 「부전공동체(不戦共同体)」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내셔널리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개별(個)」로서의 시민적 자유만이 문제시되는 관심으로 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유럽연합의 일원이 아니다. 일본은 내셔널리즘과 반일을 국시(国是)로 하는 「모던」국가들을 주변에 두고 있다. 내셔널리즘과 반일의 바다 속에서 일본만이 혼자 내셔널리즘의 쿨한 얼굴로 배를 젓고 있는 기묘한 구도가 동아시아다.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은 유럽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모더니즘 그 자체가 「좋은 것」으로 일본인에게 받아들여져 이를 유럽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에서도 타당성을 갖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동아시아공동체는 공통통화와 항구적 안전보장체제 형성을 지향한다고 한다. 가능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일중관계, 일한관계는 반세기 이상, 녹지 않고 있다. 녹지 않고 있기는커녕, 중국은 센카쿠제도에 대한 영유에 특별한 의욕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은 다케시마(독도) 불법지배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동지나해 제해권(制海権)은 얼마 안 있으면 중국에게 넘어갈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선언도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부부별성(夫婦別姓)으로 가족해체≫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은 지방자치단체의 반국가적 행위 억지를 어렵게 만드는 권리가 될지도 모른다. 선택적 부부별성제도(選択的夫婦別姓制度)는 혈족・인족(姻族)・배우관계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기초를 훼손할 수도 있다. 인권침해구제법은 「반차별(反差別)」이란 이름하에 검은 흑심을 불태우고 있는 반국가집단의 배제를 곤란하게 만들어 때로는 권력내부에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의 가능성이 있다.
현 정권의 정치가들이 품고 있는 국가상은 불투명한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물러나 이를 바라보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위태로운 사상을 현실화해나가기 위한 몇 가지 제언으로 성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근현대사에는 드문 국가해체사상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일본인이 많든 적든 품고 있는「내 안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국가공동체로서의 일본을 다시 각성해야만 한다.
http://sankei.jp.msn.com/politics/policy/100504/plc1005040254000-n1.htm
산케이신문 201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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