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사카 후유코(上坂冬子)씨가 돌아가신 건 작년 4월 14일이니까. 내일로 1주기가 된다.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가미사카씨가 북방영토문제에 대한 마음을 토로했던 필자와의 대담(『북방영토는 울고 있다-국가를 파는 이 시대의 [국적]을 규탄한다(北方領土は泣いている－国を売る平成の「国賊」を糺す)』2007년 산케이신문출판 간행에 수록)이 떠오른다.
북방4도반환을 실현하기 위해 가미사카씨는 본적을 쿠나시리섬(国後島)으로 옮겼다. 일본과 러시아간에 계쟁(係争) 중인 수역(水域)에서 총격을 당해 갑판원 1명을 잃고, 나포, 억류된 선장을 만나러 홋카이도(北海道) 네무로(根室)로 날아갔다. 현지 사람들의 항의데모에도 참가했다. 소련・러시아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국가에 직접 몸으로 부딪혔던 사람이었다.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도 올바른 일본의 주장은 오랜 교섭으로 일본의 숨이 끊기고, 전략을 잊어버린 채,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끌지에 대한 전술론에 빠져버린 것은 아닐까, 라는 전제에서 가미사카씨와 필자는 대담을 가졌다. 날카로운 두뇌를 가진 전문가가 지혜를 짜고 있는 중에 국가의 주권, 독립, 조상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땅이라는 게 무의식중에 녹아들어 상대방이 팔 생각도 안하는 상품을 어떻게 사들일지 고심하는 기묘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북방4도의 어디에 선을 그을 지라든가, 어떤 절차로 취득할지라든가, 등등의 고심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이는 전략은 아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내각이 어떤 대러정책을 내놓을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2번에 걸친 하토야마 수상과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수뇌회담 및 1번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과 라브로프 외상과의 외상회담을 보고 있으면 러시아는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수상에 대해 숨겨진 사정이나 이유가 있는 것처럼 내놓은 「독창적 접근」을 하토야마 수상 앞에서 언뜻 내보이고, 일본은 계속해서 그 내용이 알고 싶어 정치와 경제를 「자동차의 두 바퀴」처럼 추진하고 싶다며, 러시아의 흥미를 유발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는 적년 10월에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성 대신(오키나와, 북방영토 담당)이 언급한 북방영토는 러시아에「불법점거」당하고 있다는 발언에 화가 난 듯 위장하고 있지만, 설마 합법적으로 점거했다고 믿고 있는 것을 아닐 것이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피해의 흔적≫
필자는 영토문제의 배경에 있는 일본국민들의 확실치 못한 감정을 한 번 더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말기에 일본과 소련 사이에서 발생한 싸움은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본으로부터의 정전(停戦) 조정의뢰로 동경이 힘든 상황이라는 사정을 소련이 알아채고 아직 1년이 유효했던 일본과 소련의 중립조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만주, 사할린, 치시마(千島)에 대군(大軍)을 투입했다. 일본이 포츠담선언을 8월 14일에 수탁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그만두지 않고 에토로후섬(択捉島)을 8월 28일, 쿠나시리(国後), 시코탄섬(色丹島)을 9월 1일, 하보마이군도(歯舞群島)를 9월 4~5일에 각각 점령했다. 일본대표가 동경만에 정박했던 군함 미저리호 위에서 항복문서에 조인한 건 9월 2일이기 때문에, 하보마이는 그 후에 공격을 받은 게 된다.
영토는 일본이 입은 몇 가지 피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60만 명의 만주에 거주하는 관동군을 중심으로 한 일본군은 시베리아 등, 2천 군데에 달하는 수용소에서 중노동에 종사했으며, 최고 11년간 극한의 땅에 잡혀있었다. 사망자는 6만 명이다. 만주에 거주하는 일반 일본인 중 특히 여성이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를 생각하면...
최근, 필자도 함께 한 어느 심포지엄에서 한 패널리스트가 「오늘 처음으로 말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학생이었을 때 소련 무장병이 어머니를 방에 가뒀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렸지만 알 수 있었습니다. 소련만큼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고 말한 순간, 참석한 약 500명의 사람들은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소련군이 들어오기 전에 독을 마시고 생명을 스스로 끊은 사할린 마오카(真岡)우체국의 9명의 여성들의 비극을 소재로 동보(東宝)가 1975년에 제작한 「빙설의 문(氷雪の門)」은 소련의 압력을 공개가 중지됐다.
≪정치가의 기백 결여를 우려한다≫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국민에게 증오감을 주입시키려는 방침을 모색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 장래의 국가관계를 왜곡시키고, 악영향이 되돌아오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은 기록으로 영원히 남겨두지 않으면 안 된다. 종전 전후의 일본과 소련의 관계에서 소련은 완전한 가해자였고, 일본은 피해자였다. 그 소련에게서 「불법점거」가 웬 말이냐, 는 추궁을 들을 이유는 없다. 「친구가 싫어하는 걸 당신은 하겠습니까. 하지 않을 겁니다. 국가와 국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일부러 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공언한 인물을 수상으로 앉힌 나라다. 러시아가 일본의 정치가를 깔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이해는 간다.
최근 필자는 영국 국방성이 정리한 「2040년에 걸친 국제 전략의 경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읽었다. 저출산 경향이 현저해지고 천연가스와 석유가격 인상에만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는 어두운 전망이 적나라하게 보고되고 있다. 국가를 걱정하고, 일본국민의 심정을 이해하는 러시아인이 북방4도 반환은 급선무라고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시기가 의외로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일본의 (북방4도에 대한) 낮은 관심은 어떻게 된 일일까. 지금이야말로 가미사카씨의 [일침]이 필요한데….
*2010. 05. 08. 독도본부 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