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절벽이나 바위틈에 붙박고 사는 30~60㎝ 크기의 해국(海菊·국화과)은 우리나라 해안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서만 발견되는 식물이다. 그간 해국의 원산지가 한·일 양국 중 어디인지 불분명했으나 독도 절벽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토종(土種) 해국이 원종(原種·original seed)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독도에 사는 무당벌레과의 한 곤충이 한국에서 처음 발견되는 등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도 생태계의 실상이 점차 베일을 벗고 있다.
환경부는 각계 생태 전문가들과 함께 작년 4~10월까지 실시한 '독도 생태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 "지금까지 독도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조류·곤충류 등 총 16종의 생물이 독도에 살고 있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고 밝혔다.
▲ 환경부가 작년 4~10월 실시한‘2009 독도 생태계 조사’에서 독도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생물들.
(사진 왼쪽부터) ①원산지가 독도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해국(海菊),
②한국에서는 처음 발견된 애기무당벌레 종류의 한 곤충,
③독도 서식이 첫 확인된 고들빼기과실파리./환경부 제공
독도에 서식하는 생물은 ▲식물 53종 ▲조류 38종 ▲곤충류 46종 ▲해안 무척추동물 30종 등 총 167종으로 이중 괭이갈매기와 매(1급 멸종위기종) 등 38종이 발견된 조류 가운데 쇠황조롱이(2급 멸종위기종)와 칡부엉이(천연기념물 324호)·종달도요·왕새매·민물가마우지·쇠제비갈매기 등 6종의 새는 이번에 처음 독도 서식 사실이 확인됐다.
곤충류 46종 가운데 진딧물을 잘 잡아먹는 애기무당벌레 종류의 한 곤충(크기 2~3㎜)은 한국에서는 처음 발견된 종이다. 환경부는 "세계 다른 곳에도 이 곤충이 살고 있는지 등 정확한 정체 확인 작업을 전문 기관에 의뢰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또 다른 성과는 해국의 원산지가 '한국 독도'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점이다. 조사에 참여한 영남대 박선주 교수(생물학과)는 "독도와 울릉도, 강원도 양양, 일본 서해안 등지에서 피는 해국의 유전자(DNA) 정보를 분석·비교한 결과, 독도·울릉도의 해국이 우리나라 다른 지역은 물론 일본으로까지 전파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간 해국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일 것으로 막연히 추정돼 오다 독도의 해국이 원종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처음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 왼쪽부터)④한국을 가끔 지나가는 나그네 새인 종달도요, ⑤오렌지 빛 털을 가진 여름철새 황로,
⑥딱새과에 속하는 진홍가슴, ⑦1급 멸종위기종인 매./환경부 제공
이로써 해국은 정부가 '생물 주권' 확보 차원에서 2006년부터 본격 실시 중인 '한국 토종 생물자원'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환경부는 2006년부터 자생생물 조사·발굴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여 최근까지 토종 생물 2800여종의 존재를 새롭게 밝혀내거나, 꼬마잠자리·미선나무 같은 토종 생물들의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과거 미국이 북한산에서 캐간 뒤 '미스킴라일락'으로 개량해 팔고 있는 수수꽃다리와 해외에서 고급 정원수로 팔리는 노각나무, 크리스마스트리로 각광받는 구상나무 등처럼 지금까지 수탈돼 온 국내 토종 생물자원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목표 아래 시작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되는 아스피린처럼 우리 토종 생물자원들이 언제, 어떻게 생명기술(BT)산업의 원천 재료로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향후 우리가 그 권리를 주장하려면 DNA 정보 구축 같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 1월 19일자 조선일보 박은호 기자
*2010. 1. 21. 독도본부 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