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 소극적이던 야당≫
▲기가 켄조(게이오대학 명예교수)
북방(영토)에서의 일본어업의 전망은 이전부터 해결되지 않은 영토문제와 얽혀 (일본)국민에게 큰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 영토문제는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소련의 태도는 당연히 예상됐던 것이지만 지금 정부간 교섭은 순조롭지 못하고 중단된 채, 일본 어선은 소련이 주장하는 200해리수역에서 완전히 내쫓겼다는 굴욕적인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소련의 태도가 이번 교섭으로 갑자기 경색된 건 아니다. 소련의 입장에서는 영토문제는 이미 결정됐다는 방침을 바꾼 적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해리 선 긋기가 소련의 입장을 근거로 이뤄진 것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반면, 일방적인 태도라든가, 고압적인 대국주의라든가, 불합리한 요구라면서 일본의 국론이 들끓고 있는 건 국민감정이란 측면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나는 이 (국민)감정을 배경으로 한 외교와, 평소에는 비교적 냉담했던 북방영토문제에 대한 여론형성과의 사이에 큰 모순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오키나와반환에는 미국정부의 배려와 일본정부의 노력이 막대한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야당의 평가는 차갑고, 매스미디어에는 그다지 실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지를 설치하는 반환은 반대한다는 내용이 크게 거론되는 양상이었고, 일본 야당은 정말 냉담했다. 이후, 북방영토반환은 당연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이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한 번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평소부터 국익중시의 입장을≫
이번에 200해리 전관수역이 문제가 되자 야당까지 자민당과 하나 되어 초당파 의원단을 결성해 정부의 소련교섭을 응원하겠다는 태도는 정말이지 국빈감정에 융합한 즉흥적인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영토보다 어업이 더 중요한 건 아닐까, 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야당과 매스미디어의 태도에는 갑작스럽고 노골적인 정부를 지원하는 경향이 보인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반정부적인 입장인 것보다는 낫지만, 냉정한 소련의 태도와 북방영토문제에 대해 좀 더 평소부터 국익을 주장하는 입장을 관철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영토문제가 국가의 분쟁 대상이 되면 대립 또한 날카로워지고, 국민감정을 가장 자극하기 쉽다. 또한 민주주의적인 방법을 통한 해결이 가장 곤란한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과거대부분 전쟁의 원인이기도 했고, 현재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국제분쟁의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가 자국의 고유영토를 끝까지 지킨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국가는 방위 임무를 담당하기에 적절한 국방력 준비를 평소부터 해야만 한다. 또한 국가방위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다고 해도 반드시 영토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대국의 멸시를 받지 않고 끝나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자국영토를 국민이 하나 되어 협력해 지킨다는 정신과, 국력이 뒷받침할 수 있는 만큼의 방위대비 없이는 국익을 지킬 수도 없다. 영토주장의 정당성을 세계 다른 나라가 얼마나 인정하는 가가 중요하다.
≪국민정신 자극을 두려워하다≫
실제로 일본어선은 자주 북방의 바다에서 나포되거나, 때론 몰수된 채로, 대부분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슬픈 상태를 타개하려는 기력조차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게 일본의 현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 일본은 영토를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어업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또는 어업을 포기하더라도 영토 권리의 주장을 지켜야만 하는지, 결단해야만 할 처지다. 게다가 이 영토권도 아무리 주장해 봐도 소련이 승인할 낌새는 전혀 없다는 것과, 허황된 권리라는 사실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실의 어민과 어업관계자의 광범위한 층을 고려하면 명예를 버리고 실리를 추구하는 게 득이 되는 방법이라고 계산하는 자도 있을지도 모른다. 소련과의 우호를 바라는 사람들은 소련에 대항하는 건 불리하다는 생각에 상대(소련)의 주장을 듣는 게 일본의 안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이럴 때 국익옹호를 위해 국방의 충실화를 외치면, 일본의 평화헌법과는 맞지 않으며, 군국주의가 부활하는 절호의 기회를 줄 우려가 있다고 걱정하는 평화주의자가 영토도 어업도 해결을 조금 늦춰 국민감정이 식기를 의도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그25를 조종해 하코다테(函館)로 침입한 베렌코중위사건(べレンコ中尉事件) 때, 일본의 항공방위의 미비함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일본의 방위강화론이 일어나는 게 걱정한 사회당 지도자가 있었을 정도라, 200해리 문제로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걸 두려워하는 정치가가 없을 리 없다.
≪힘에 굴복하지 않는 기력을 키워라≫
분명 한때의 감정에 격해져 여론을 부채질해 봐도 부질없는 짓이다. 일본의 현 상황에서는 무의미하게 불만이 누적될 뿐이다. 지금까지 북방영토문제에 냉담했던 야당의원들이 갑자기 나서도 불쾌감만 높아질 뿐이다.
도리대로 일본의 정책은 무엇보다 먼저 자국의 국익은 스스로 지킨다는 신념을 넓은 국민 층에 호소하고, 힘에는 굴복하지 않는 기력을 기르는 일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국가의 방위와 안전을 위해 일본자신의 능력과 책임에 걸 맞는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는 일이다.
영토에 대해서도 어업에 대해서도 외교교섭은 이런 국민적 기반에 서야만 대등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해도 소련공산당의 권력주의의 벽을 무너뜨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북방소련해역의 어업은 앞으로(미래를 알 수 없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업은 희생을 참는다면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토문제는 그렇지 못하다. 영토문제는 다케시마(독도)에도 센카쿠열도에도 영향을 미치며, 일본의 주권과 관련된 문제다. 위협에 굴복하는 실리주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대체할 수 있는 교섭력으로 거래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인권주장과 마찬가지로 원칙에 입각해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시점】
1977년의 해양2법(영해법, 200해리 어업수역법) 제정을 둘러싸고 난제가 생겼다. 소련이 재빠르게 북방영토를 포함하는 [200해리]선언을 실시, 일본어선을 내쫓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영유권주장과 어업권확보라는 어느 쪽을 우선시해야만 하는지 선택에 내몰렸다.
기가(気賀)씨는「조업은 희생을 참는다면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영토문제는 다케시마(독도)에도 센카쿠열도에도 영향을 미치며, 일본의 주권과 관련된 문제」라며, 영토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걸 강하게 경고했다. 일본은 영토문제를 분리해 소련 200해리 내에서의 어획할당량에 관한 일소어업협정에 조인했다. 영토문제에서 원칙을 관철시키는 것의 중요함을 호소한 논문이라 하겠다.
*2010. 1. 15. 독도본부 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