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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반만이라도´ 이어도에 ´눈길´을

현실과 동떨어진 이어도에의 기억…막연한 믿음만으로 지켜낼수 없어

10월 13일 종합해양기지 ´이어도´에 이어 두 번째 해양과학기지인 ´가거초´ 기지가 건설됐다. 가거초 기지는 첨단장비 30여 가지를 이용해 기상과 해양환경 등을 관측하고, 태풍과 대기·해양 연구를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첫 번째 해양과학기지, ‘이어도’는 해양과학기지의 의미 외에도 이어도를 기점으로 EEZ를 정하면 한반도의 두배 면적인 약 40만㎢의 엄청난 해양지역이 우리측 배타적 관할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영토적 의미도 있다. 눈에 보이는 국토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해양권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뜻.

중국은 이어도를 자신의 영토에 포함시키기 위해 공공연하게 욕심을 드러내 왔다. 중국의 국가해양국 산하 기구인 ‘중국해양신식망’ 홈페이지(
www.coi.gov.cn) 해양문화 코너에서는 이어도의 중국식 표기인 ´쑤옌자오´(蘇岩礁)를 자국 영토로 소개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쑤옌자오는 당·송·명·청의 문헌에 기록돼 있으며 고대 역사 서적에도 중국 땅으로 명시돼 있다”며 중국 영해와 200해리 경제 수역 내에 있기 때문에 현재도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토해양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이 이어도의 중국측 기점을 기존 ‘퉁다오’ 보다 42km 더 떨어진 ‘서산다오’로 변경했고 외교통상부는 이를 근거로 해외 공관의 지도에 이어도 기점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그런 중국의 야욕에 쐐기를 박은 바 있다.

이어도는 서해와 동중국해의 분계선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횡적으로는 중국 양자강의 바다 입구를, 종적으로는 중국 남북해상의 요충지를 장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어도 주변해역은 천연가스와 원유 부존량이 풍부하고 고급어종이 서식하는 대형어장이다. <데일리안>은 정부의 이어도 기점 변경 및 가거초 기지 완공에 맞추어 ‘이어도-가거초’ 특집을 마련, 대륙 일변도에서 벗어나 21세기 해양강국으로서의 꿈을 키우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대국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제주도에선 헬기로 1시간, 배로는 10시간 거리에 전설의 섬 이어도가 있다. ‘파랑도’라고도 불리는 이어도(각주①)는 동중국해 중앙(우리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에서 서남방 쪽으로 약150Km 떨어진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암초이다.

이어도의 자태는 열두 폭 치마를 입은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어도는 4개의 봉우리를 갖고 있는 해저산이며 평균 수심이 50m이고 남북과 동서 길이가 각각 1800m, 1400m에 이른다.

수줍은 새색시처럼 이어도는 일년에 몇 차례 바다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간출지이다. 이어도의 최고봉이 수중 4.6m에 잠겨 있어 수면위로 떠오르는 이어도를 보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이어도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기껏해야 제주도 해녀들이 부르던 민요 <이어도 사나>와 같은 이름으로 영화화된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 그리고 대중가수 이상은과 한영애가 이어도에 관한 노래를 부른 정도이다. 이어도는 아직까진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1950년까지만 하더라도 이어도는 사람들의 상상 속의 섬이었다.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도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청준의 <이어도>중에서)

제주도 사람들이 죽으면 돌아간다고 믿는 이어도는 죽음의 섬이지만, 동시에 거친 바다와 맞서 싸우는 상황에 직면해야 하는 제주도 사람들에게 이어도는 구원의 섬이기도 하였다. 공상과학 영화 ‘스타트렉(Star Trek)’에는 나오는 ‘워프 드라이브(warp drive·공간 이동 추진)’처럼 이어도도 삶과 죽음의 경계로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제주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사실 이어도는 한반도로 유입되는 태풍의 40%가 지나가는 길목이며, 연간 25만 척의 배가 통과하는 행상교통의 요충지이다 보니 예로부터 이어도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많이 간직하고 있다. 1906년 영국기선, 1963년 중국어선이 좌초된 적이 있었고, 김병렬 교수는 <이어도를 아십니까?>란 책에서 “한류와 난류 세력이 교차하는 곳으로 짙은 안개가 자주 발생하여 조난이 잦기 때문에 예부터 제주도 어민들이 커다란 피해를 입었고(…)”라고 이어도를 묘사하고 있다.

태고적부터 존재했을 이어도가 현실이 된 건 불과 반세기 정도이다.

1951년 국토규명사업을 벌이던 한국산악회와 해군은 열악한 환경에서 이어도가 우리 영토임을 확인해 주었다. 당시 제대로 된 해양과학장비가 전무한 상태에서 탐사에 나선 산악회 회원과 해군은 높은 파도와 싸우다 바다 속의 검은 바위를 눈으로만 확인하고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고 새긴 동판표지를 수면아래 암초에 가라앉히고 돌아와야만 했다.

그리고 36년 동안 다시 무관심 속에 방치된 후 정부는 이어도에 최초의 구조물을 설치하게 된다. 1987년 해운항만청에서 설치한 이어도 동부표(각주②)로 그 당시 이 사실을 국제적으로 공표함으로써 명실공히 우리 품 안에만 있었던 이어도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어도 주요 일지]
시기 주요 내용
1951년 해군과 한국 산악회, 이어도에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고 새긴 동판표지 가라앉힘
1952년 정부는 이어도 해역을 포함한 ‘평화선’을 선포
1970년 이어도 해역을 제4광구로 지정한 해저광물자원개발법도 제정
1987년 해운항만청이 이어도 부표를 띄우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표
2001년 한중어업협정에서 이어도를 공동수역으로 설정
국립지리원이 중앙지명위원회를 개최하여 제주 마라도 서남쪽 81해리(150Km)에 위치한 수중 암초에 대한 명칭(Socotra Rock)을 ‘이어도’로 변경하는 문제를 심의, 확정해 이어도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함.
2006년 한중양국, 이어도가 수중 암초로서 섬이 아닌 만큼 영토분쟁의 대상이 아니라는데 합의
2007년 중국 국가해양국 중국해양신식망 홈페이지에서 이어도를 중국령으로 표기(2007.12)
2008년 우리 정부가 이의 시정을 요구해 중국 정부는 이어도 자국영토 주장을 해당 홈페이지에서 삭제(8.13)했다가 하루 만에 복원

자료출처: “중국의 이어도 영유권 분쟁 논란”, 아젠다넷, 2008.08.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던 이어도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역사적으로 바다를 지배한 나라가 강대국이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삼면이 바다이면서 대륙진출이 남북관계로 막혀있는 우리로서는 바다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과학기지. 연합뉴스

1993년 당시 과학기술처 김시중 장관 주도로 해양과학기지를 이어도에 건설하게 된다. 각종 해양 및 기상 정보 수집 목적으로 계획된 해양과학기지는 총 2백12억 원이란 막대한 돈과 8년이란 긴 시간이 만들어낸 해양강국을 향한 의지의 산물(産物)이었다. 기지는 바닷속 암초에 깊이 60m의 기초파일을 8개 박고 수심 40m의 바다에 높이 76m, 무게 3400t짜리 구조물을 얹어 만들어졌다.

이어도의 과학적 가치 이외에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어도 주변 해역은 돌돔, 조피볼락 등 고급어종은 물론 꽁치, 조기, 멸치 등의 어종의 보고(寶庫)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어도 해저는 석유를 포함한 유용한 광물자원이 부존 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륙붕에 해당된다. 군사적으로도 이어도의 가치는 높다. 군함의 통과 항로 및 주요 군사활동의 수역에 해당되어 동북아의 안보질서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어도의 이러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 정부 대응과 국민들의 관심은 다소 실망스럽다. 여기에 우리 언론도 한 몫 하였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이어도 관련 사고나 분쟁이 없으면 이어도는 언론의 관심이나 조명을 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수호의 의무를 다해야 할 정부의 미온적 의지와 소극적 대응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1년 1월 22일 국립지리정보원이 소코트라 암초를 이어도로 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어도 실종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2006년 10월까지만 해도 국립지리정보원 홈페이지에 실린 대한민국전도에는 이어도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여기에 대한 당시 해수부의 답변은 “영토 개념으로 작성된 지도가 아니기 때문에 이어도를 표기하지 않았다”가 전부였다.

지도상 단순 표기문제가 아니라 이어도의 지도상 표기 여부에 따라 한중어업협정의 내용이 결정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실제로 정부는 2000년 8월 한중어업협정을 통해 이어도를 중립해역인 공동수역으로 설정했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1999년부터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멀티빔 측정을 하며 이어도 인근 해역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수집하여 가져 갔었다.

☞데일리안 2009년 4월 14일자 <이어도 기점 ‘서산다오’로 바로잡았다> 참조

당초 이어도의 중국측 기점인 ‘퉁다오’는 이어도에서 245Km 떨어졌고, ‘서산다오’는 이어도에서 287Km 떨어졌다. 수년 전부터 중국측이 ‘서산다오’를 이어도의 기점으로 표시했지만 ‘퉁다오’를 중국측 기점으로 삼은 한국측 지도가 이어도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음을 강 교수가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었다.

결국 국토해양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이 이어도의 중국측 기점을 기존 ‘퉁다오’ 보다 42Km 더 떨어진 ‘서산다오’로 변경하였다.

정부의 무관심과 늑장 대응에 대해 강 교수는 “독도 문제처럼 무관심과 안일함, 저자세와 패배주의에 기반한 조용한 외교는 절대금물”이라며 우리 정부의 적극적 외교를 당부하기도 하였다.

정부도 정부지만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 국민들이 독도만큼 이어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어도는 심지어 제주도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있는 상황이다. 독도 관련 민간단체 수에 비해 이어도 관련 민간단체 수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민간외교의 대표주자 반크(VANK)의 경우도 이어도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못하고 실제로 행동도 미미하다. 인터넷에서 이어도를 검색하면 고작 ‘이어도 종합해양기지’와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는 홈페이지가 전부일 정도이다. 명색이 이어도 대표 민간단체인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www.ieodo.or.kr)>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이어도의 위치를 ‘중국의 퉁다오로부터 북동쪽으로 245Km’라고 오기해 놓고 있다.

기억과 역사 사이에 더 이상 표류하지 말아야

“기억이 현재와 과거를 동일시하는 것이라면 망각은 현재와 과거를 구분하는 것이다(…)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않는 기억과는 달리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고 변화의 차이점을 인식한다.”고 한중일 역사갈등에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안병직 교수는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어도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어도의 과거를 현재와 동일시하고 있다. 즉 과거에도 우리 영토였기 때문에 현재도 우리 영토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우리 국민들에겐 있다.

기억 속에 이어도를 가두어두기에는 이어도의 경제적 가치나 정치안보적 의미는 실로 크다고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어도를 우리 영토임을 확인하는 작업이 없는 한 이어도는 여전히 상상의 섬일 뿐이다. 기억만 갖고 현실을 외면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특히 국익충돌이 첨예한 국제관계에서는 현실을 만들어 가는 길이 국익을 위한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그래서 우리국토의 막내라 할 수 있는 이어도에 대한 무관심이 더욱 안타깝다. 이어도가 과거부터 우리 땅이었다는 단순한 기억으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주권으로서의 이어도가 되어야 한다. 역사주권 없이는 해양강국이 없었음을 역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각주설명]

①이어도는 1900년 부근 해역을 지나던 영국 상선 소코트라(Socotra)에 의해 처음 발견돼 이 상선과 같은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②선박항해에 위험한 곳임을 알리는 무인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항로표지 부표



2009년 10월  26일자  데일리안  특별취재반

* 2009.10.27  독도본부  www.dokdo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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