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의 날'을 지정하기 위한 제주도의회의 '조례안'이 수난을 겪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8월 발의한 '이어도의 날 조례안'을 3월에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중국과 외교적 마찰소지가 있다는 정부의 우려를 받아들여 심의를 보류했다. 그러다가 6월 24일 제주도의회 상임위에서 '제주도 이어도의 날' 조례안을 심의, 가결했다. 그런데 이 조례안이 지난 6월 30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심의가 무기한 보류됐다고 한다. 주변국의 눈치를 보느라 우리 영토를 우리 것이라고 마음 놓고 말하지도 못하는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의 시마네현과 너무나도 비교된다. 시마네현에서 독도강탈을 위한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할 때 우리 정부와 국민은 한소리로 일본 정부에 항의하였다. 이때 일본 정부는 '지자체에서 하는 행사이므로 중앙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교묘한 답변으로 '다케시마의 날' 지정을 승인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제주도는 '중국 정부의 어떠한 항의도 없는 상황에서' 외교적 마찰, 관광객 감소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어도의 날' 지정을 무산시킨 것이다. 한마디로 무엇이 중요한지 앞뒤 분간하지 못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영토에 대한 사랑은 나라사랑의 출발점이다. 우리 영토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사랑할 수도 없고, 왜 지켜야 하는지도 모르게 된다. '이어도'도 마찬가지이다. 이어도가 우리 국민들의 보다 많은 사랑을 모으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이어도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에 이어도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잡는다.
1. 제주도의회는 이어도를 ‘수중암초’로 규정했다. 수중암초 규정은 한국의 모든 기록물, 특히 언론보도에 항상 나오는 표현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어도는 수중암초가 아니다. 수중암초라면 도(島)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맞지 않다. 제주도의 조상들이 옛적부터 이어도를 수중암초로만 알았다면 이어도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어도는 1년에 여러 차례 물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춘분과 추분 무렵에는 확실하게 드러나고 그 외에도 파도가 칠 때는 물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자주 물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암석은 수중암초가 아니고 간출지(low-tide- elevation)라고 한다.
수중암초는 그 자체의 권리를 갖지 못하나 간출지는 경우에 따라 직선기선의 기점이 될 수도 있다. 또 그 외의 다른 권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다. 지금 이어도가 당장 영해의 기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해양에 대한 국제적인 시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을 때는 미래를 위해 시각을 열어두는 것이 좋은 일이다. 일반 민간인이 이어도를 수중암초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제주도의회는 지방정부로서 책임 있는 표현을 사용할 의무가 있다.
2. 한국의 모든 언론보도에 나오는 이어도와 마라도의 149km거리는 타당한 인용이지만 그 상대역으로 나오는 중국의 둥다오(童島)에서 이어도의 거리 247km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인용이다.
마라도는 이미 까마득한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살아 온 섬이기 때문에 이어도까지의 거리를 재는 기점으로 타당하지만 중국의 둥다오는 저우산군도의 가장 동쪽에 있는 바위덩어리일 뿐이다. 때문에 둥다오로부터 이어도까지의 거리를 마라도와 동격으로 인용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이어도를 불리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둥다오 훨씬 서쪽에 있는 마라도와 맞먹는 자연 유인도를 지정하여 거리를 재야 같은 자격의 개념이 성립된다. 우리 스스로 우리 권리를 파먹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3. 2번의 지적에 이어지는 것이지만 중간선 개념은 바다위의 해양 경계선을 긋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중간선 개념에 안주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주장은 매우 다르며 그 또한 국제법상의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어도의 이름과 전설에 따른 섬과의 연고권을 더 정치하게 연구하고 오래 전부터 우리 삶의 터전이었음을 타당성 있는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4. 지금 이어도는 지금 대한민국의 관할수역 밖에 있다.
앞으로의 일이 어찌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의 희망사항을 실재적인 현실로 바꿔 끼워서는 안 된다. 이어도를 대한민국의 관할수역 밖에 방치한 장치들을 걷어내고 이어도를 대한민국의 관할수역 안으로 다시 넣어야 한다.
5. 우리가 이어도에 더 많은 애정을 기울이려면 이어도의 실재적 가치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이어도는 동중국해의 요충지로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여러 이유로 이어도를 중국령으로 빼앗으려고 계획을 수립중이다. 우리도 공격적인 중국의 영토정책에 맞설 무기를 연구해야 한다. 그 무기는 총보다도 국제법상, 해양법상의 우월한 권리를 우리 스스로 찾아내고 정비하는 것이다.
6. 이어도는 환상적인 섬이 아니라 실재하는 섬이며 제주도의 전설 같은 구전에 따르더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그 실재를 알고 있었다.
우리 스스로 최근에야 존재를 알았다는 주장은 하지 않아야 한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스스로 깎아먹어서 어떤 이익이 올 것인가.
7. 제주도 남쪽의 한일대륙붕 공동관리수역 문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우리의 영토 무지와 국제법에 대한 인식 미비로 일본으로 기울고 있다.
8. 많은 사람의 애정을 모으기 위해 이어도의 종합적인 가치를 심도 있게 밝혀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언론보도는 요란한 이벤트를 더 좋아 하겠지만 그러나 한차례의 이벤트로 해결된 사안은 아니다. 조용하면서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심도 있는 연구와 실제적인 관리가 영토문제에서는 더 중요하다.
이어도, 우리의 소중한 영토. 우리 힘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2008년 7월 1일
독도본부 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