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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해야 할 韓·日 FTA

한·미 쇠고기협상을 보면서 정부당국자가 인식해야 할 것은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조심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 이후 논의되고 있는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지금의 한·일 FTA 추진논의는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2004년 11월 제6차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별로 변화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적 이득을 확신할 수 없다. 연 300억 달러가 넘는 대일무역적자를 시정할 만한 효과적인 일본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정국가와의 무역적자는 전체 국제수지 상의 위기가 없다면 그리 염려할 것은 아니라는 주장은 경제학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러한 해석은 대일무역적자가 한국산업의 고도화 정도에 대한 '척도'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그리 유용하지 않다. 기술격차로 인한 수직분업이 고착화돼 가는 '결과'로서의 대일무역적자라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세계는 아닌 것이다.

한편 한·미 FTA가 체결된 이후에 한·일 FTA의 의미도 달라졌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부 논자들은 한·미 FTA 체결에 의해 동아시아에서의 경제통합이 더욱 가속화되어 갈 것이며 우리가 FTA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관측한다. 확실히 일본은 최근 한국과의 FTA체결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한·미 FTA의 결과라기보다는 중·일간 갈등의 반작용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연히' 한·미 FTA가 체결되었으며, 이로 인한 '착시현상'이 한국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와 한·일 FTA의 동시진행이 가져올 최악의 상황은 양손에 칼날을 잡고 있는 경우이다. 미국에게는 농업시장을 다 내주고 일본에 대해서는 '배려'하는 경우이다. 농업의 보호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일본에, 우리가 미국에 내 준 정도의 농업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한·미 FTA에서 농업협상 결론은 쌀 이외 모든 농축산물 시장이 사실상 개방되었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 관세가 모두 철폐되며,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관세철폐와 동시에 세이프가드 발동도 불가능하다. 쌀만 지킨 것이다. 쌀 이외 모든 농축산물 시장이 사실상 개방되었다는 점은 현재 우리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외면했다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의 최대 농업수출국인 일본의 농업시장 개방을 담보하지 못한 한·일 FTA는 거대한 국내 반발에 부닥쳐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본은 농업시장을 50% 이상 개방시킨 사례가 없으며, 그러할 의지도 없는 듯 보인다.

만약 한국 협상단이 상대방의 양보를 사전조율하지 않은 채 협상을 시작했을 때에는 금번 쇠고기협상과 같은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정부당국자는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과의 FTA에 의해 우리 경쟁력이 강화되며,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 '경쟁과 배려'의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종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자살률, 이혼율, 노동산재율, 비정규직 노동자비율)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이력은 그 정도의 여유가 없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일 FTA 협상에서는 사전에 치밀한 양국간 조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본의 구체적인 양보가 얻어지지 않는 한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악의 경우는 아무런 사전 조율도 없이 협상단이 출발하는 상황이다. 그러할 경우 이미 한·미 FTA, 그리고 쇠고기협상에서 민감해진 민심은 또 다시 동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협력구도를 기존의 FTA 추진정책에서 기능별 협력안건의 도출로 변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다. 환경 에너지 기술 교통 농업 통화협력 등 FTA라는 틀을 사용하지 않고도 양국간 협력 어젠다는 충분히 도출될 수 있다. 일반론적인 FTA의 필요성에서 벗어나, 양국간 협력의 '실적'과 '신뢰'를 쌓아가는 것, 이것이 지금 더욱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김종걸 (한양대국제학대학원 교수)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8.06.1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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