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뒤집는 태도를 보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입장을 번복한다면 국제적인 신뢰를 잃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 위안부 존재를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부정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관방 부장관을 두둔했다. 그는 시모무라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국회의원 자격으로 의견을 말한 것”이라면서 “나도 관방 부장관 시절에 의원 자격으로 다양한 의견을 말한 적이 있다”며 “의원 자격으로 말하는 것은 자기 개인의 책임인 만큼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시모무라 부장관의 의견을 묵인하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말하는 것이 내각의 의견”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등은 “보수 인사들 가운데 시모무라 부장관이 총리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언론은 아베 총리가 사실상 시모무라의 발언에 동의한다는 직접 화법만 피했을 뿐, 치고 빠지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과거 일본 정치인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6일 국회 답변에서 고노 담화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을 잇달아 방문해 정상외교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아베를 지지하는 보수층에서 반발 움직임이 일자 이를 의식한 시모무라 부장관이 ‘총대’를 멨다는 게 언론의 분석이다.
민주당 등 4개 야당은 26일 회의를 갖고 “간과할 수 없는 사태”라며 국회 추궁을 다짐했다.
도쿄=정승욱 특파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