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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표기 정당성, 국제사회 공감”

외교부 김영원 전담대사 “엄밀한 팩트의 문제, 일본이 정치화해” 
  
 
◀  김영원 국제표기명칭전담대사는 “동해 표기 문제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동해 표기는 엄밀한 팩트(fact·사실)의 문제다. 오히려 일본 측이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정치화해 본질을 희석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김영원 국제표기명칭전담대사는 “동해와 일본해 병기 문제가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길 원하지만 상대방이 있는 문제인 만큼 동해 표기의 정당성으로 승부해 국익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동해 표기와 관련해 한일 양국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펼쳤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물밑 외교전’으로 양상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5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사실상 바다 명칭을 정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4판 발간이 한일 양국의 힘겨루기로 늦춰지면서 2012년 총회를 대비한 본격 ‘외교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국제표기명칭전담대사는 각종 국제회의에서 동해 표기 등 국제 표기 문제를 전담하는 ‘정부의 공식 컨트롤 타워’로, 2006년 9월 직제가 설립됐다.

국제수로 총회 대비 치열한 외교전 가열

다음은 김 대사와의 일문일답.

- 동해 표기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외교부와 유관 기관들이 노력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동해 표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공감하는 지도제작사들도 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IHO 총회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를 저지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일본 측의 동해 표기 확산 저지 노력도 한층 강화됐다. 세계 상업용 지도 가운데 동해 단독, 혹은 동해와 일본해 병기 지도가 지난해 23.8%로 늘었다. 2000년에는 2.8%였다.”

- 우리 정부의 최종 목표는?

“국민은 이른 시일 안에 동해 단독 표기 확산을 기대하지만 현실적, 논리적으로 쉽지 않다. 양국이 합의한다면 제3의 이름 등 여러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현재는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위해 노력 중이다.”

- 지난해 IHO 총회 이후 국제사회 분위기는 어떤가.

“IHO 등 국제사회는 ‘한일 양국이 합의해오라’고 한다. 이 문제로 회의 전체를 희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고를 받고 우리는 일본 측에 양자교섭을 요청했지만 쉽지 않다. 일본이 불편하게(비타협적으로) 교섭에 임해 타협이 어렵다. 그럼 우리는 다시 국제사회 측에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청한다. 반복이다.”

- 일본의 입장은?

“한국이 기술적 문제를 정치화한다고 비난하는 동시에, IHO가 기술적 사안을 취급하는 기구인 만큼 표기 문제를 다루기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동해 표기는 엄밀한 팩트의 문제다. 일본 측이 이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

- 개별 국가들의 반응은 어떤가.

“솔직히 불편해한다. (양국이) 합의하라는 건데…. 이 문제로 외교부는 IHO 사무국과 회원국을 대상으로 꾸준히 의견을 전달해왔고, 우리 측의 입장을 이해하는 나라도 많아지고 있다고 본다. 지도제작사들도 마찬가지다.”

- 지도제작사를 상대로 한 외교전도 치열하다는데….

“치열하다. 최근 북유럽의 유명 지도제작사를 방문했는데, 그 회사의 지도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일본 측이 (일본해 단독 표기를 위해) 회사와 접촉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지도제작사 측은 일본과의 접촉에 소극적이었다. 동해 표기와 관련해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면 된다.”

 
- 동해 표기는 독도 문제와도 얽혀 있다.

“보이지 않지만 연계돼 있다. 독도 문제는 ‘우리 것을 지킨다’로 이슈화하지 않는 ‘조용한 외교’가 중요하지만, 동해 표기는 조용한 외교가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 양자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 동해 표기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이 일본 측으로 하여금 독도에 대한 대응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독도는 상징적 의미도 갖는다.”

- 상징적 의미?

“우리 영토인 독도는 동해에 있다. 애국가도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한다. 동해는 우리 국민에게 해맞이 명소이기도 하다. 해맞이하는 바다가 일본해이고, 일본해에 있는 독도를 상상할 수 있겠나. 이런 상징성을 올해 초 영자지에 기고했는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독도 표기는 어떤가.

“독도는 이름을 표기하지 않거나 중립적 이름(Liancourt Rocks, Hornet) 또는 독도, 다케시마 등으로 표기되고 있다. 독도 표기가 좀더 많으며, ‘DOKDO’로 표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 한국의 중국 지명은 어떤가. 많은 지도들이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 압록강을 ‘얄루 리버(Yalu River)’로 표기하고 있는데….

“지금은 독도와 동해 표기 문제가 급선무라고 본다. 백두산, 두만강에 대해서도 우리의 이름이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

- 세계적으로 중국식 표기가 확산된 뒤에 다시 수정한다?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음, 중국식 표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 문제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방법을 찾아보겠다.”

- 최근 일본 외무성이 다케시마 홍보 팸플릿을 홈페이지에 올려 우리 정부가 엄중 항의했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기보다 일본 정부의 일상적인 ‘루틴한’ 업무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특별히 신정부 출범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 ‘루틴한’ 업무를 ‘엄중 항의’했다는 말인데….

“주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토 주권과 관련해서는 어떤 형태의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 외교부의 대응은 당연한 것이다.”

-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나.

“조용한 외교 측면에서 요란하지 않게 우리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다. ‘스태터스 쿼(Status Quo·현상유지)’를 이어가면서 국익을 조금씩 실현하는 것이다.”

- 직무상 어려운 점은?

“국민의 애국심이 정부를 도울 수 있지만, 지나친 애국심과 흥분은 외교 활동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지난해 IHO 총회에서 우리 대표단이 회원국 대표들과 만났을 때, 한 회원이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알리는 200여 통의 ‘스팸성 e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진심 어린 충고였지만 그 이면엔 ‘(삭제하느라) 불편했소’라는 불쾌한 반응이 있었다. 불행한 역사로 동해가 세계지도에서 잠시 사라졌지만 이제 우리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머지않았다.”

주간동아 배수강 기자 200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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