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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도제작사 공격과 협박”


   ▲ 서정철 한국외대 명예교수 “외무성에 총괄부서, 손 놓은 우리와 대조” 
 
원고지를 내려놓는 그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서정철(72·사진)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일본 국토지리원 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을 원고지 32장에 담아 최근 ‘주간동아’를 찾았다. 열흘간 보고서에 나온 고지도를 일일이 찾아가며 분석했다고 한다.

서 교수는 기자가 보고서 분석을 위해 외교통상부와 동북아역사재단에 의뢰했지만 전문가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대안으로 추천받은 한국 ‘고지도 전문가’다.

- 분석 소감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고지도라고 해요. 이 논문은 최종적인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집착하면서 고지도를 봤으니, 결국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 셈이죠. 밝고 열린 세상에서는 옳은 말만 하기에도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을까요. 제목부터가 그래요.”

- 제목이요?

“우리는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해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보고서 제목이 ‘일본해의 이름 변경에 관하여(Changing in the Name of “Japan Sea”)로, 마치 한국이 ‘일본해’라는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비치죠. 오도한 거예요, 교묘하게.”

- 그렇군요.

“일본에서 ‘조선해’라고 표기한 지도는 알려진 지도만 18점이에요. 그런데 한반도 동쪽을 따라 표기된 일본 지도 1점만 소개하고 있어요. 자기들의 약점은 감추고 있는 거죠.”

- 고지도에는 동해 이름이 다양하던데요.

“지명표기에는 원칙이 있어요. 토착지명이 먼저고 외래명은 다음이죠. 우리는 2000년 이상 동해라는 이름을 썼다는 기록이 있고, ‘일본해’라는 이름은 100년도 채 되지 않았어요. ‘East Sea’는 동해의 번역이기 때문에 ‘번역된 토착명’으로 봐야 하죠. ‘Oriental Sea’ ‘Korea Sea’ ‘조선해’ 등도 동의어예요. 어느 이름을 우선하느냐는 언급할 필요가 없어요.”

- 평소 일본의 대응은 어떤가요.

“일본은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와 지도제작사를 공격하고 있어요. 외국 모 항공사의 기내 지도에는 동해만 표기됐는데 일본의 ‘협박’으로 아예 이름을 빼버렸죠. 동해연구회의 해외 세미나에는 일본 대사관 직원이 와서 논문집을 달라고 해요. 그걸 외무성에서 번역해 언론에 배포하며 대응논리를 총괄하죠.”

- 우리는?

“힘들어요. 우리는 일본 외무성처럼 과정을 책임지는 총괄부서가 없고 적극적인 대응도 안 하고 있죠. 사건이 터지면 결과만 가지고 얘기해요. 연구회 회원들이 해외 홍보 세미나를 하면 경비의 절반은 자비예요. 기업은 (연구회 지원 사실이 알려지면) 일본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난다고 난색을 표하고요. 일본은 이와 반대예요.”

불문학 전공이신데, 고지도에….

“프랑스 유학 시절 베르사유 궁전에서 루이 14세 응접실에 있는 지구본을 봤어요. 자연스레 한국을 봤더니 ‘동양해(Oriental sea)’라고 표기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파리에 있는 동양학 연구자들에게 연구를 해보라고 했더니, 다들 (박사)학위 따고 귀국해야 한다기에… (제가) 뛰어들었어요.”
 
주간동아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200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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