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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해저는 ‘중금속의 밭’

해양심층수는 어쩌면 인류에게 마지막 남은 자원일지도 모른다. 수심 200m 이상의 깊은 바다 속을 흐르는 해수인 해양심층수는 일정한 저온을 유지하며 유기물이나 병원균이 거의 없으며 각종 영양염류는 풍부해 염분만 제거하면 음용이 가능한 청정수다. 심층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심층수의 다양한 자원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식량, 에너지 및 환경문제를 종합적으로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유용한 산업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도 2000년부터 국책사업으로 한국해양연구원(KORDI)을 중심으로 심층수 다목적 개발사업을 연구하고 있다. 강원도와 합작법인인 ㈜강원심층수를 설립한 대교그룹이 11일 고성군에서 취수설비 착공식을 가진 것은 국내에서도 심층수 개발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러나 국책사업인 동해 심층수 사업은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 바로 정부가 주도하다시피한 해양 쓰레기 투기 때문이다.

정부는 1988년부터 쓰레기 해양투기를 허용했다. 육상 매립이 악취와 지하수 오염 등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매립지마저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였지만 매립에 비해 최고 90%까지 배출비용이 싸다는 게 더 큰 이유였을지 모른다. 하수찌꺼기를 육상매립장에서 처리하면 ㎡당 3만7000원인데 반해 바다에 버리면 1만4000원이면 된다.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가 나서 1972년 만든 ‘런던협약’에 한국도 1993년 가입했다. 그러나 가입 후 폐기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1988년 연간 55만t이던 해양투기는 2005년 993만t으로 최고조를 보였고 작년에는 745만t이었다.

포항 동쪽 125㎞지점 면적 3700㎢ 수심 200~2000m인 동해병 지역, 울산 남동쪽 63㎞ 지점 면적 1616㎢ 수심 150m의 동해정 지역, 군산 서쪽 200㎞지점 면적 3165㎢ 수심 80m인 서해병 지역이 현재 각종 쓰레기가 투기되고 있는 현장이다.

특히 청정해역인 동해병 지역에는 분뇨, 축산폐수 등은 물론 바다 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하수 찌꺼기까지 버려지고 있다. 하수 찌꺼기까지 투기하는 국가는 런던협약 가입 81개국 중 한국, 일본, 필리핀 3개국뿐이다. 그나마 일본은 총 하수 찌꺼기 발생량의 0.2%만을 투기하는데 반해 한국은 70%나 버리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 폐기물 또한 한 시민단체의 시산(試算)을 빌리면 연간 200만t에 가깝다고 한다.

KORDI가 작년 한 해 동안 동해정 해양투기지역의 정밀 환경조사를 실시한 결과, 24개 조사 지점 해저 부근 수질이 5개 지역은 아예 등급을 매길 수 없을 정도고, 9개 지점은 공업용수 정도로 사용하는 3등급, 양식업과 해수욕이 가능한 1등급, 2등급은 각각 1곳, 9곳에 불과했다.

1991년부터 2007년까지 17년간 동해에 투기된 폐기물 총량은 20t 트럭 117만여대 분량인 2352만3000t이나 된다.

이 중에는 당연히 생태계에 치명적인 카드뮴, 납과 같은 중금속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고 해저에 깔리게 된다. 결국 쓰레기 투기는 동해 해저를 ‘중금속의 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KORDI는 동해정 해저에만 4만t이 넘는 중금속이 깔려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양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 당장 해양투기를 중단하고 자연의 치유력에 맡긴다고 해도 100년의 기간이 걸린다고 한다. 어민들에게 동해병 지역의 대게잡이를 금지시킨 것으로 보아 정부 역시 해양오염 폐해를 모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도 정부는 “2011년까지 해양투기를 매년 100만t씩 감축하고 2012년부터는 해양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가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

런던협약 홈페이지(www.londonconvention.org)는 ‘1990년대에 바다에 버려진 산업폐기물의 대부분은 한국과 일본이 버린 것이고 지금도 하수찌꺼기 투기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일본, 필리핀 3개국뿐이다’고 적시하고 있어 국격(國格) 훼손이 만만치 않다. 나아가 해양투기는 심층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미래 국가 성장 동력원의 잠식이라는 점에서도 시급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동윤기자 dylee@munhwa.com  문화일보 20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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