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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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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끼노문서와의 전쟁

유끼노문서라는게 있다. 무슨 정부 공문서가 아니고 정식으로 만들어진 문서도 아니다. 그냥 어떤 개인이 쓴 짧은 편지글이다. 왜 하필이면 유끼노문서인가.

독도를 근본적인 위기로 몰아넣은 신한일어업협정(=지금은 그냥 한일어업협정으로 부른다)이 발효 된지 3년이 가까워 오던 2001년 하반기에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은 온통 독도가 일본으로 넘어 가는가 아닌가에 쏠려 있었다. 곧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전달 메시지가 인터넷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독도는 잘 있으니 안심하라는 반대 토론이나 주장 역시 인터넷 사이트를 가득 메우며 토론과 논쟁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독도문제이다 보니 국내뿐 아니라 해외동포들까지 합세해서 인터넷 마당은 완전히 전쟁상태였다. 독도는 안전하다고 해명하는 정부 측 해명문과 외교부가 초청한 영국 국제법 학자의 독도 강연도 인터넷 마당에 떠돌고 있었다.

당시 길거리에는 독도본부에서 독도위기를 알리는 홍보대가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한일어업협정으로 빚어진 독도위기를 호소하고 있었고 정치인 박찬종씨도 가까운 사람들을 총동원하여 어업협정 폐기 서명을 받고 있었다. 독도의병대도 서명을 받고 다녔다. 유명 국제법 학자들도 논쟁에 나섰고 정치학자들도 나섰다. 국내는 물론이고 멀리 외국에서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서명을 받아서 독도본부에 보내거나 가져왔다. 어업협정은 국회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정부를 대변하는 어용학자와 일반학자들이 참고인으로 국회에 불려나가 공방을 주고받았다.

바로 그때 전 국민의 전쟁마당 한복판에 떨어진 일제 폭탄, 이게 바로 유끼노문서이다.
글의 요지는 간단하다. <떠들면 독도는 분쟁지가 된다. 바로 일본의 노림수이다. 한국정부는 기막히게 잘하고 있다. 조용히 시간만 보내면 독도는 저절로 한국 영토로 굳어진다. 지금 떠드는 사람들은 무식해서 오히려 독도를 망친다.>이런 요지의 글이다. 이치야 통하건 말건 사리에 맞건 아니건 그런 걸 안 따진다면 이 글은 쉽고 한국인의 정서에 딱 맞는 매우 호소력 있는 글이었다. 인터넷 광장에 나온 글은 저절로 퍼지기는 하지만 이 글은 그런 정도에 머무르지 않았다. 전 국민의 이메일과 토론마당, 언론사를 비롯하여 여론이 모이는 모든 공간에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순식간에 보내져서 대한민국의 국가여론을 압도해 갔다.

저명한 국제법 학자의 어떤 논리적인 호소도 유끼노문서 앞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지도적 위치에 있는 국제법 학자들과 역사학자들까지 나섰지만 유끼노문서를 당할 방안은 없었다.

유끼노문서는 국제법상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매우 잘못된 주장을 펴고 있었다. 하나는 영토주권의 배타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고 두 번째는 묵인을 저지르게 만드는 주장이었다. 사실관계도 완전히 엉터리였다. 역사적인 근거도 엉터리였다. 한마디로 허위사실과 허구의 논리로 짜여진 공작문서였다.

독도본부에서 일본 공작문서라고 단언하는 이유는 이글의 내용도 문제이고 쓰여진 장소도 문제이고 전파방법도 의문이고 여론에 대응하는 방법도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단정하는 것이다.

이 글은 엉터리다. 궁금하신 분은 독도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읽어 보시면 알 수 있다. 독도본부 홈페이지>>독도영유권 위기>>일본의 독도정책>>공작문서 항목으로 찾아들어 가시면 내용을 알 수 있다. 이글은 기본적으로 이승만 정부시절의 독도상황을 지금 시대에 대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만 시절 이후 바뀐 정세나 영토주권 문제의 기본 법리 면에서 본다면 국민에게 오히려 영토를 포기하게 만드는 뒤집힌 정서를 주입하는 문서였다.

이 글을 써 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글 쓴 사람 이름이 상황에 따라 자꾸 바뀌었으니. 이글이 매우 엉터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상식 있는 사람은 금방 알 수 있었기에 여기저기서 자기 나름으로 반박들을 했지만 별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중 어떤 네티즌이 이글 필자의 컴퓨터 상황을 추적하여 일본에서 유끼노라는 필명으로 통하는 사람임을 밝힌 뒤부터 유끼노문서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공식적으로 문서 이름을 붙인 곳은 독도본부이다.     
이글은 등장할 때 수 천 곳에 동시에 뿌려져서 문제가 되었지만 그 뒤에도 전 국민의 이메일 주소에 무차별적으로 자주 보내지는 글이 되었다. 훈련된 조직체가 관여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이트에 보내고 관리하고 처리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토론과정은 더 문제였다. 그 수많은 토론의 장에 일일이 관여해서 논쟁을 이끌어 갔다. 비슷한 주장으로. 그리고 당시 서명 작업에 열중하던 박찬종씨를 목표로 정하여 매장시키려고 나섰다. 정치인이라는 핑계를 앞세워. 이런 정체모를 공작에 부화뇌동하고 나선 국내 인터넷사이트도 적지 않았다. 독도본부도 박찬종씨처럼 어업협정 폐기를 주장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독도본부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도 당시 사회운동 단체들의 연합체로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 파장을 고려하여 제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쨋건 유끼노문서에서 주장하는 논리가 도처에서 반격을 받아 여론이 뒤 집어질만 하면 이문서가 다시 동시에 전체 인터넷 광장에 뿌려지고 새로운 도우미부대를 이끌고 등장하여 여론을 다시 비논리적으로 뒤집어 놓곤 하였다. 그런 식의 대응과 전파는 엄청난 조직체가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당시 독도본부에 약 15명 정도의 인원이 상주하며 조직적으로 유끼노문서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틈이 나는 대로 거든 사람까지 합치면 꽤 많은 인원이었지만 유끼노부대를 당할 수가 없었다.

유끼노문서는 원본과 개정본이 있다. 개정본은 원본이 너무 많은 비판을 받아 그 엉큼한 정체가 드러나게 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하였다. 기본 취지는 같지만 그동안 받은 비판을 고려하여 내용상 보태고 뺀 부분이 있어 약간 달라지기는 했다. 한국 정부의 친유끼노 노력도 있어 결국 여론은 유끼노문서의 의도대로 끌려갔다. 

이글은 한국인의 심성에 호소력도 있었고 또 받아들이기에 매우 좋았다. 독도 위기에 관심 갖지 말고 가만있는 게 독도를 돕는 길이라니 이보다 더 쉬울 수는 없었다. 귀결이 정해져 있었다.

결국 상황을 뒤집지 못하고 유끼노의 의도대로 신한일어업협정은 연장되어 이제는 10년째를 바라본다. 당시 유끼노문서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한일어업협정은 폐기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독도위기는 해소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 자동으로 연장된 협정이 10년째를 바라보니 이제는 잠정협정이 아니고 영구협정이 되고 말았다.

그 뒤 독도본부는 유끼노와의 전쟁을 교훈삼아 영토 귀속에 대한 국제법이론 정비에 나섰다. 국가적으로 국제법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으니 요괴들이 설치게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제 독도본부에서 연구 정리한 한일어업협정과 그에 관한 기초적인 국제법 법리가 독도 마니아들 사이에 퍼져 있기 때문에 그때처럼 무식이 큰소리치고 지배하는 사태는 생기지 않으리라 본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국가의 바탕인 영토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기초인식조차 없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참으로 암담하고 기가 막혔다. 대한민국의 수준과 밑천이 다 드러난 순간이었다. 국제사회의 침탈로부터 자신의 영토를 방어할 법적 인식이 없는 국가가 어떻게 세계의 도전과 도발을 헤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참으로 문제였다. 결국 뜻있는 국민들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해결해 가야 할 일이었다. 대한민국은 의병 없이는 유지되기 불가능한 나라였다.

그럼에도 유끼노문서는 아직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2005년 독도주변 해양조사 문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긴장이 일어났을 때 유끼노가 아니라 자칭 국내의 몇몇 국제법 전문가를 칭하는 사람들이 한국의 언론지면에 비슷한 논리를 휘둘러 여론을 혼란스럽게 하였다. 독도본부와 관계 전문가들이 나서 여기에 대하여 분명한 반격을 가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혼란은 없었지만 문제의 원천인 어업협정을 폐기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눈 가리고 가만있어야 영토를 지킨다고 하는 참으로 어이없는 억설은 앞으로도 우리 국민의 안일한 의식과 무지의 영역 속을 다시 파고들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 앞선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할텐데.

2007.12.3 독도본부 www.dokdo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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