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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세계전략 일 재무장 부추겨

美세계전략 재무장 부추겨

‘앞에서 끌어당기면 못이기는 체 따르고’

 

주일 외교가에서는 일본 자위대의 활동범위 확대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세계전략 차원에서 일본의 안보역할론을 강조하는 미국과 이를 기다렸다는 듯 재무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일본을 빗댄 말이다.

 

1991년 걸프전때 ‘수표책 외교’란 말로 일본을 자극했던 미국은 9·11테러 이후 노골적으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공격때는 ‘쇼 더 플래그’(show the flag)란 표현으로 해상자위대의 지원을 요청했고, 이라크전때는 ‘부츠 온 더 그라운드’(boots on the ground)라는 말로 육상자위대의 협력을 구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관중석에서 구경만 하지말고 운동장에 내려와 플레이를 해달라”는 말로 자위대의 이라크 전후 참여를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미국은 동시에 방위청의 성 승격, 전수방위 원칙 무용론 등을 틈날 때마다 일본에 주지시키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법 제정과 관련, 지난 5월 미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맡겨달라’(고이즈미 총리) ‘알았다’(부시 대통령)는 암묵적인 양해가 있었다는 뒷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미·일간의 이같은 관계는 안보동맹 강화, 한편으로 일본내 신보수 분위기를 부추기면서 재무장을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직은 찻잔속의 분위기지만 일본내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내친김에 자주방위를 확립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말 열린 ‘신세기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는 소장파 의원 모임’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미·일 동맹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하며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나 항공모함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항모나 순항 미사일 등 공격형 무기 도입은 전수방위 원칙과 어긋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아사히 신문이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최근 20·30대의 중·참의원 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보관 설문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조사 결과 66%가 군대 보유 금지와 교전권을 부인한 헌법 9조는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15%는 핵 무장론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마땅하다고 대답했다. 주일 외교소식통은 “소장파 의원들의 안보관은 미국에 모든 것을 의지했던 과거의 정치인들과는 전혀 다르다”며 “이들이 일본의 중추세력으로 자리잡을 경우 일본은 주변국에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2003.7.21.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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