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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2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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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이 일어난다, 마구 일어난다

“일본군이 일어난다, 마구 일어난다”

미-일 동맹 재편 속에 거침없는 일본의 재무장… 그들은 ‘극동의 영국’이 되려 하는가

 

미국의 새로운 동아시아 안보전략은 일본군의 재무장을 촉발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극동의 영국’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만약 한반도에 분쟁이 밣생하면 자위대가 북한군과 교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소련놈에 속지 말고/ 미국놈 믿지 말고/ 되놈은 되나오고/ 일본놈은 일어난다/ 조선 사람 조심하라.”

해방 뒤 유행했던 동요다. 최근 일본의 거침없는 재무장 움직임은 이 노래를 생각나게 한다.

일본 연립여당의 자민당은 ‘일본만을 방어한다’는 전수(專守)방위가 목적인 자위대를 해체하고 군사조직인 ‘국방군’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중의원은 7월4일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하는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처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일 동맹은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

 

 

 
사진/ 카키색 유니폼을 입고 자위대 훈련을 참관하는 고이즈미 총리. 미국은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지원하고 있다.(AP연합)
2차대전 패전 뒤 제정된 일본 평화헌법 제9조는 전쟁 포기, 교전권 부인, 전력 비보유를 명시하고 있다. 일본 평화헌법 개헌론의 초점은 군대 보유와 집단자위권 인정이다. 미국 등 동맹국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에 대한 직접 공격이 없더라도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헌법 해석상 직접 침략을 받을 경우에만 대응하는 ‘개별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이 인정되면 일본은 미군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일본 밖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런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에 대해 한국·중국·북한 등 이웃나라들은 모두 경계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7월4일 일본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법안과 관련해 “입법 과정에서 평화헌법과 전수방위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미국의 반응은 다르다. 6월30일 리처드 로리스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워싱턴에서 일본 정부와 자위대 파병 계획을 논의하면서 일본이 국제사회에 국력에 걸맞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이 약 1천명 규모의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설명하자 로리스 부차관보는 일본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일본 재무장의 원인은 일본 안 국수주의 확산이나 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미-일 동맹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살피지 않고 일본 재무장의 원인분석도 대책마련도 할 수 없다. 미-일 동맹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 미-일 동맹은 일본의 재무장을 막는 병마개 구실을 해왔다.

냉전이 끝난 90년대 이후 옛 소련에 대한 방어가 초점이던 미-일 동맹은 크게 바뀐다. 미-일 동맹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지역 차원의 동맹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동아시아 방위의 짐을 덜기 위해서라도 일본 재군비를 요구하고, 주일 미군에 대한 일본의 방위분담금 상향조정, 유사시 일본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받아내려고 한다.

미-일 안보관계 재조정 논의의 구체적인 첫 결과물이 1996년 4월에 나온 ‘미-일 안보 공동선언’이다. 그 내용은 △오키나와 등 일본 안 미군기지와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계속적 사용 보장 △1978년 작성된 옛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이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처들을 취할 것 등이다.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관계가 모델”

 

 

 
사진/ 일본은 1992년 9월 국제평화유지 활동에 협력한다는 명분으로 일본 육상자위대 시설대대 423명을 캄보디아로 보냈다. 명백한 해외파병임에도 일본 정부는 ‘국제공헌’이라는 모호한 말로 설명했다.(GAMMA)
1997년 9월 확정된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뼈대는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뿐 아니라, 일본은 평화상태에 있지만 주변지역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미-일 양국이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다. 신가이드라인은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고 단기적으로 북한의 돌출행동을 막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안보 동맹은 동맹 참여국의 영토와 영공, 영해를 벗어나지 않는 게 통례인데도, 미-일 동맹은 국제적 합의 없이 ‘주변지역’이란 모호한 이름으로 확산시켜 한국·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냈다. 주변지역으로 모호하게 표현된 곳이 어디일까.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분쟁 예상지역은 한반도나 대만이다. 미국은 재편된 미-일 동맹을 끌고 가기 위해 일본 집단 자위권의 인정이 불가피하며 일본 평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신가이드라인은 미-일 동맹이란 껍질을 쓰고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일본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국가지침’이다. 일본이 본토와 주변지역에 걸쳐 미군의 후방지원을 맡게 되면서 국내법상 이를 지원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게 됐다.

일본은 1999년 5월 주변지역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하고 이에 미군이 개입하는 경우 일본이 미군을 지원하기 위한 절차와 범위를 규정한 주변사태법, 자위대가 재외 일본인 구출작업 도중 일본인 및 외국인의 생명과 신변보호를 위해 불가피할 경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자위대법 개정안 등을 참의원에서 가결시켰다. 부시 행정부의 대일 정책 뿌리는 아미티지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10월 리처드 아미티지 현 국방부 부장관이 주도해 펴낸 보고서는 “국방분야의 미-일 협력에서 개편된 가이드라인은 최종목표가 아닌 최초 출발점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금지는 동맹관계의 제약이라고 주장했다.

아키라 오가와 일본 오카자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미티지 보고서의 핵심을 다음 문장으로 요약했다.

“우리는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관계가 미-일 동맹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차관보의 특별보좌관인 데이비드 애시는 2001년 6월 ‘일본은 극동의 영국이 될 수 있는가’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일본이 역내·국제적 안보문제에서 더 크고 긍정적이고 가시적인 구실을 하도록 일본을 격려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미-일 정치·군사 협력의 위상을 ‘극동의 영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일본 경제성장의 기반을 회복하고 미국과의 시장통합을 심화시키기 위해 일본의 재정·회계 부문 개혁을 촉진시켜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재의 일본과의 관계를 미국과 영국의 긴밀한 경제적 동맹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등이다. 애시는 보고서가 개인적 경험과 주관에 의존했다고 신중하게 말했지만, 그 뒤 현실화된 부시 행정부의 대일 정책을 함축하고 있었다.

 

9·11은 자위대 역할 확대의 촉매

 

 

 
사진/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왼쪽,GAMMA), 아미티지 부장관(오른쪽,김진수 기자) 등 부시 정부의 관료나 참모들은 글이나 연설을 통해 일본이야말로 미국의 진정한 극동의 동맹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밖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 아미티지 부장관 등 부시 정부 관료나 참모들이 발표한 글이나 연설을 통해 일본이야말로 미국의 진정한 극동의 동맹이라고 치켜세웠다.

 

미국은 일본을 중국에 대한 경쟁자로 보고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중국을 ‘최고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나라’로 명시적으로 지적하고 방위력 정비의 중기 목표를 큐슈와 오키나와 등 남쪽으로 옮길 방침이다. 소련의 위협에 대비해 방위력의 중심을 북쪽에 뒀던 자위대 배치를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에서 주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 후방지원을 위해 서남쪽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특히 9·11 이후 미국의 대테러전쟁은 일본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는 촉매 구실을 했다. 일본은 2001년 11월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2차대전 이후 전투 해역에 처음으로 자위대 함정들을 파견했다. 올 초에는 최신 이지스함을 미국과의 공동작전을 위해 걸프만에 배치하기도 했다.

전인영 서울대 교수는 “최근 동북아 정세는 한국은 북한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동북아 정세 전반을 폭넓게 파악하고 대비해야 함을 일깨워준다”고 주장했다. 중-미 관계나 중-일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은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 반일 감정에 사로잡혀 일본 군국주의 부활과 우익화에 대한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냉정하게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안보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한겨레21 2003.7.10.제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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