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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2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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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유사입법과 동아시아 협력

일 유사입법과 동아시아 협력 일본이 안전보장체제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냉전 종결 이후 새로운 상황에 대비한 대응이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방향이 고전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강조하고, 냉전 대결형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문제다. 5월 15일에 중의원을 통과한 유사 3법안(무력공격사태 대처법안, 자위대법 개정안,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개정안)은 일본 본토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비한 법체제와 제도 정비를 내용으로 한 것으로, 엄밀한 의미에서는 주권국가의 국내정치적 사항이다. 밖에서 간섭할 수도 훈수를 둘 수도 없다. 두가지 점이 주목된다. 첫째로, 일본의 여론이 거의 무비판적으로 이같은 흐름을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유사법안의 통과도 그 과정과 수법은 지극히 비밀주의적이며 일종의 기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유사법제 논의는 20년이 넘는 해묵은 것이며, 작년 국회에서 좌절된 이후에도 고이즈미 내각은 올해 상반기 통과를 공언해 왔다. 그러나 사회의 시선이 이라크 전쟁과 북한의 핵보유 발언에 쏠려 있는 사이에, 여당3당(자민, 공명, 보수)과 민주당이 물밑교섭을 통한 "타협안"을 만들어 이를 공표한 다음 다음날 중의원을 통과시켰다. 전후 일본 방위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라 표현되는 이 "사건"이 신문 지면을 장식한 것도 사흘 정도에 불과하며, 국회에서도 일체 토론이 없이 기립투표로 통과됐다. 놀라운 것은 비판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보호법안"의 제정을 뒤로 미루는 등 시민의 인권과 재산권 보장을 소홀히 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한탄"조의 반응은 있지만 적극적 비판은 찾기가 힘들다. 작년 가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다수를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는 제대로 보도조차 안된다. "대포동"에서 시작된 이같은 변화가 "납치"와 "핵보유"로 절정에 이르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의 우경화를 개탄하고 비난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비판 일변도로서는 이러한 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북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큰 관건이다. 둘째로, 유사법제가 일본에 대한 실제로 무력공격이 일어난 때만이 아니라 "무력공격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도 대응조치의 발동을 규정하고 있는 점은 한국에도 직결된다. 전형적인 독소조항이다. 더욱이 부시 닥트린을 흉내내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선제공격, 그를 위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도입 필요를 방위청 장관 자신이 공언하는 사태는 더욱 우려를 자아낸다. 부시 닥트린의 확산에 의한 동북아시아의 불안정화를 막기 위해서도 "무력공격의 우려"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공유하기 위한 지역적 협의구조가 시급한 과제다. 저자세로 일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는 약화된 대내외적 발판을 다지는 외교전략으로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 "성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동시에 동아시아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일본 방문이 단순히 부시 강경책을 중심한 "한미일 공조"의 재강화로 연결되어서는 안된다. 한일 공동으로 중국을 포함한 북핵문제의 지역적 협의를 제창하는 등 다각적 시도가 요청된다. 고이즈미 총리와 후진타오 주석이 G7을 통한 회담을 추진중이며 한중 수뇌회담도 외교일정에 올라있다. 북핵문제라는 위기 상황을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중심인 한중일 삼국의 "공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힘을 기울인 ASEAN+3(한중일)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 작년이래 퇴조기미다. 11월의 연례회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북핵과 사스등 시급한 공동의 지역안전보장 과제에 대처하는 틀로서 적극 활용을 생각해 볼 만하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학 교수, 국제정치  2003. 5. 19.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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