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헌법 9조 해석 바꿔 집단자위권 확보 노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군사대국화를 향한 첫 단계로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합법화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밝힌 소신표명(시정연설)에서 “어떤 경우가 헌법에서 금지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를 연구하겠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헌법 해석 변경을 시도할 것임을 처음으로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무력행사와 해외파병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9조의 해석 변경을 통해 해외 파병이 가능한 집단적 자위권의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실무작업을 총지휘할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은 30일 기자들에게 “책임있는 방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총리 산하에 ‘헌법해석 변경 검토위원회’를 설치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정부 내 고위급(장관급) 가운데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을 모아 국민들과 아시아 국가들이 우려하지 않는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계획=집단적 자위권은 자국과 동맹 등의 긴밀한 관계인 다른 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실력저지할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이다. 예컨대 동맹국인 미국이 공격당할 경우 일본이 무력개입해 저지한다는 것인데, 후일 자위군으로 격상될 자위대의 해외 파병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헌법 해석 변경은 이 같은 전투 행위 금지(교전권 불허)와 해외 파병을 불허하는 헌법 9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헌법 9조에서 허용하는 무력행사의 범위를 ‘자위에 필요한 최소한도’라는 입장에 따라 “국제법상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 있지만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으나, 이런 헌법 해석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즉 자위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헌법 해석 변경의 논리=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의 강화를 첫번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는 집단적 자위권 확보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동맹이 보다 효과적으로 기능해 국제평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이처럼 미국을 방어하고 국제평화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경제대국에 걸맞은 정치와 군사 대국화를 이룬다는 의도를 갖고있다. 아베 총리는 2년여 후 실시될 미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 이 문제를 매듭지을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이 민주당 정권으로 바뀔 경우 헌법 개정은 물론 집단자위권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센 반발 예상=헌법 해석 변경에 의한 집단적 자위권의 확보는 연립정권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공명당이 우선 반대하고 있다. 검토위원회가 설치되면 일본의 군사력 확충에 반대하는 공명당은 연립정권을 포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제1야당 민주당도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위험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 파병 추진에 자극받을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대여론을 어떻게 무마시킬지 주목된다.
한편 집권 자민당의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간사장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하는 법안을 야당의 반대가 있더라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쿄=정승욱 특파원 jswook@segye.com 2006.10.01 (일) 19:20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