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우경화-軍國회귀 우려증폭 고이즈미정권 출범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지난 4월 집권한 후 여전히 70∼80%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고이즈미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역대 어느 정권도 손대지 못한 구조개혁에 착수한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한-중 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던 역사교과서 왜곡파동과 고이즈미 총리의 8.13 야스쿠니(靖國)신사 전격 참배 파문 등은 대외적으로 일본의 보수-우경화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역사교과서 왜곡파동은 과거 식민지배와 일제침략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우익 진영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이 집필한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하면서 시작됐다. 그릇된 역사관이 정부의 인정을 받았다는 재일한국민단 등의 잇단 비난과 일본내 양심세력의 우익교과서 채택 반대운동 성과로 후소샤(扶桑社)가 출판한 우익교과서는 일부 장애인이 다니는 공립 특수학교와 10여개 사립학교를 제외하고는 거의 채택되지 않았다. 반대운동이 없었으면 우익교과서 채택율이 좀더 높아졌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제도적 이유를 내세워 한-중 양국의 교과서 재수정 요구를 끝내 외면한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남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8월13일 아시아침략을 주도했던 A급 전범이 합사(合祀)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일본의 보수회귀 및 우경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미 항공기 테러 이후 미군 중심의 테러보복 공격에 일본이 후방지원 명목으로 자위대를 전투지역에 파병한 것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경계하는 아시아 인접국에 또다른 부담을 안겨줬다. 고이즈미 정권은 2차대전 패배 이후 처음 전투지역으로의 해외파병을 가능케 한 테러대책특별조치법에 이어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 개정안 등을 잇따라 처리해 자위대의 평화유지군(PKF) 참여에도 길을 열었다. 무기사용 규제도 대폭 완화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등 지역에서는 전쟁후 자위대가 정전감시, 무장해제 등 준(準)군사활동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는 일본이 외국의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한 유사법제가 국회에서 본격 심의될 예정인데다 헌법개정 문제도 주요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최근 헌법9조 개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마련함에 따라 내년중 개헌 움직임에 가속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고이즈미 총리의 구조개혁은 일본의 경제 및 사회구조를 철저한 시장원리에 입각해 재편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를 시작으로 600조엔이 넘는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것이 최종목표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기업도산, 실업률 상승, 경기침체 심화등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불경기가 계속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이즈미 정권은 내년에도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협력요청을 이유로 군사확대 노선을 취할 것이 분명한만큼 아시아 각국과의 갈등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현일특파원 hyunil@sgt.co.kr 세계일보 200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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