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핵무장 목청 높아진다
중의원 당선자 87명 "국제정세따라 검토해야"
우경화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일본 정치권에 핵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11일 마이니치(每日) 신문 분석에 따르면 지난 9일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 480명 가운데 17%인 87명이 ‘국제정세에 따라서는 핵무장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당별로는 자민당이 240명 중 63명(26%), 민주당은 177명 중 17명(10%)이었다. 핵무장 검토론자에는 정권의 핵심인 아베 신조(安培晋三) 자민당 간사장을 비롯해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 등 현직 각료도 4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정치권의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4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시 자유당 당수가 “일본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받았던 것과 비교된다.
과거 터부시됐던 핵무장 검토론이 정치권에 당당히 등장한 것은 북한 위협론을 내세워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방위력을 갖춰야 한다는 ‘네오콘(신보수파)적’ 발상도 한몫하고 있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미국 추종 일본 외교의 근원은 안보 의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자주국방을 위해서도 핵무장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핵무기 보유에 대해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라는 점을 들어 갖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견지해 왔다. 마이니치는 “핵무장 검토를 부정하지 않는 국회의원 중에는 ‘눈에는 눈’이라는 선동주의적 대국(大國)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pyc@kyunghyang.com〉2003.11.12.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