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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1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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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청과 방위성의 무서운 차이

방위청과 방위성의 무서운 차이

1월9일 출범한 방위성은 일본의 전후 방위정책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올해는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절호의 기회, 동북아의 격동이 임박했다

 

▣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 minoritylee@hanmail.net


 

 

 

지난 1월9일 일본의 ‘방위성’이 정식으로 출범했다. 이로써 그동안 내각의 외청으로 존재해오던 방위청은 내각의 다른 부서와 같은 위상을 갖게 됐고, 방위청 장관도 방위상이 됐다. 이는 지난해 12월15일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방위청의 ‘성’ 승격과 관련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교육기본법과 자위대법을 수술하다

 

지난해 12월 거의 같은 시기에 아베 신조 내각은 두 가지 중요 법률을 통과시켰다. 그중 하나는 ‘교육의 평화헌법’이라고 불려온 교육기본법의 개정안이었고, 다른 하나가 ‘방위성 설치’ 등을 포함한 자위대 관련법 개정안이었다. 애국심 교육을 담고 있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일본 내에서도 태평양전쟁의 ‘교육칙어’ 시대로 돌아가는 복고적 조처라는 비판이 일었고, 방위청의 ‘성’ 승격은 군사대국화와 헌법 개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강행 처리돼 그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국심 교육을 통해 전후 일본의 ‘자학 의식’을 극복하는 게 보수우익의 숙원이었던 것처럼, 방위청을 성으로 승격시키는 것 또한 일본 보수우익의 숙원사업이었다. 그것은 방위청이 방위성이 되지 못하고 내각의 외청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자위대가 군대가 되지 못한 사연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전후 일본의 헌법 9조는 ‘전쟁 포기’와 ‘전력보유 금지’를 명시하고 있어 일본은 군대를 가질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후 일본이 냉전과 한국전쟁,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재무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변칙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자위대와 방위청이다. 일본의 보수 집권세력들은 자위대를 설치하면서 자위대는 자위를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 지난 1월9일 열린 일본 방위청의 ‘방위성’승격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잇따른 전후 방위정책 변화는 일본 보수우익들의 열망인 평화헌법 개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 REUTERS/NEWSIS/ISSEI KATO)

 

 

그러나 변칙적 과정을 통해 등장한 만큼 자위대는 끊임없이 위헌 논란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방위청도 마찬가지였다. 자위를 위한 최소한의 무력을 갖는 것은 ‘전력’에 해당하지 않으며, 또한 그를 실현하기 위해서 철저한 문민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는 논리 아래서 방위청이라는 조직이 탄생한 것이다. 강력한 문민통제를 위해 방위청 장관은 반드시 문민 출신에서 임명됐고, 방위청의 내각회의 개최 요구나 예산 청구는 내각부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이런 방위청과 자위대의 설립 과정은 패전 뒤 일본 사회에 강하게 남아 있던 ‘군대’에 대한 알레르기적 분위기의 산물이기도 했다. 즉,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저지하기 위한 제도적 제약을 마련해뒀던 것이다. 그러나 전후 60년 동안의 재무장 과정과 탈냉전 이후의 급격한 우경화 분위기를 타고 자위대는 세계 유수의 ‘군대’로 등장했고, 해외에서 군사력을 행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자위대는 냉전 종결 이후의 평화유지(PKO) 활동을 시작으로 9·11 테러를 계기로 성립된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미군 함선에 대한 보급 활동을 하고 있고, 이라크 파병도 단행했다. ‘청’이 ‘성’으로 승격했다는 형식적 측면만을 본다면 그 변화가 크게 보이지 않지만, 그에 수반하는 내용적 측면의 변화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월9일 대형 일장기 아래서 방위성 승격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REUTERS/NEWSIS/ISSEI KATO)

 

 

 

집단적 자위권, 미국의 이해관계와 일치

 

특히 ‘성 승격’ 법안과 함께 통과된 자위대법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부수적 임무’로 여겨져온 유엔 평화유지 활동, 주변사태법에 근거한 (미군의 군사작전에 대한) 후방지원 등의 해외 활동이 자위대의 ‘본래 임무’로 격상됐다. 이것은 전후 일본 방위정책의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전수방위의 ‘공식적인 폐기’라고 할 수 있다. 전수방위는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최초로 방위력을 행사하고 △행사하는 방위력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에 한정한다는 원칙이다. 전수방위 원칙에 따른다면 일본은 공격용 무기와 장비의 도입이 허용되지 않으며, 당연히 자위대의 해외 파병도 불가능하다.

결국 방위성의 출범은 일본의 전후 방위정책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이며, 그런 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사실 일본은 그동안 전후 평화헌법의 정신과 규정에 기반한 방위정책들을 ‘꾸준히’ 무력화해왔다. 핵무기를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은 애초부터 미국 핵무기 반입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었고, 최근에는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해서 아소 다로 외상이나 나카가와 쇼이치 자민당 정조회장 등이 ‘핵 보유 논의’를 용인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05년 12월엔 미사일방어(MD) 미-일 협력을 위해 ‘무기수출금지 3원칙’에서 미국을 제외한다는 예외조항을 방위계획 대강에 마련한 바 있다. 이번 방위청의 ‘성’ 승격은 이런 일본 전후 방위정책 변화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방위성 출범은 자위대의 ‘자위군’화와 ‘집단적 자위권 용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이해관계와도 정확히 일치한다. 이미 자민당은 2005년 11월 발표한 새 헌법 초안에서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변경할 뜻을 명시한 바 있다. 미국은 탈냉전기 세계경영을 위해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끊임없이 독려해왔다. 이는 미국의 처지에선 ‘비용 절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 9조로 인해 일본의 군사력 보유와 행사가 제약당하고 있는 상황이 골칫거리였다. 특히 일본의 평화헌법이 집단적 자위권을 부정하는 것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차질을 빚게 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입장에 부응해, 아베 총리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집단적 자위권의 용인’과 ‘자위대 해외파견 항구법’ 제정에 대한 의욕을 밝힌 바 있다. 방위성 설치 법안과 자위대법 개정안이 ‘미국 전쟁 지원 법안들’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본의회 건물 앞에서 방위성 설치법과 함께 ‘교육의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교육기본법의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AP)

 

 

올 여름 참의원 선거가 분수령

 

일본의 방위정책 변화는 결국 평화헌법 개정으로 수렴될 것이다. 물론 아베 내각과 개헌세력 일부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명문 개헌’보다 헌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면 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위헌 논란과 안보 논쟁이 계속되는 한 헌법 개정(특히 9조)에 대한 일본 보수우익의 욕구는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민당은 2005년 9월11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가능선인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해뒀다. 올해 여름의 참의원 선거에서만 3분의 2 이상을 당선시키면 중·참 양원에서 개헌선을 확보하게 된다. 제1야당인 민주당마저 개헌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일본은 개헌과 호헌의 정치적 기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잇따른 전후 방위정책 변화가 궁극적으로 평화헌법 개정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될 수 없다. 동북아 차원에서도 격동이 불가피하다. 방위성 출범은 동북아 차원의 격동이 임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불안한 징후일지 모른다.

2007. 1.12. 제644호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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