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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국주의 망령 부르는 ‘우향우’ 합창

일본, 군국주의 망령 부르는 ‘우향우’ 합창
일본 교육계, 기미가요·히노마루 부활 논란  



AP연합, REUTERS=NEWSIS
2001년 일본 지바현의 한 고등학교 졸업생 전원이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했음을 보도한 신문 기사(왼쪽). 오른쪽 은 ‘히노마루’를 들고 ‘반자이(만세)’를 외치는 일본 시민.

최근 일본 도쿄도에서는 일본 군국주의 시대 국가와 국기인 ‘기미가요’와 ‘히노마루’를 부활시키려는 도쿄도 교육 당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일선 교사·시민 사회 간에 한바탕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17일 일본 도쿄도의 도립 고등학교·맹아학교·양호학교 교사 10명이 교육 당국으로부터 집단 경고 처분을 받으면서 일어난 사태다.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이들이 지난해 가을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에 관한 ‘10·23 통달’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같이 조처했다.

10·23 통달은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지난해 10월23일 도쿄도 내의 도립 학교 교장들에게 졸업식·입학식 등 학교 행사를 진행할 때 국기에 대해 기립하고 국가를 제창하도록 교사에게 강제하라고 요구한 문서이다. 이 문서의 정식 제목은 ‘입학식·졸업식 등에 있어서 국기 게양 및 국가 제창 실시에 관하여’.

별지의 지침에는 국기와 도기(都旗)를 행사장 단상 위의 정면에 게양하고, 피아노 반주 등에 의한 국가 제창, 교직원의 기립 등 세부적인 내용까지 규정했다. 이 문서는 또 이를 거부하거나 위반하는 사람은 처벌하도록 명시했다. 가령 두번 기립하지 않을 경우 면직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가 제창할 때 기립하지 않았다고 처벌

이같은 도쿄도 교육위원회의 ‘과격한’ 지시는 지난해 12월3일 ‘기미가요 피아노 반주 거부’ 사건을 담당한 도쿄 지방법원이 내린 판결과 관련이 있다. 1999년 4월 도쿄도 내 한 학교에 새로 취임한 음악 교사가 국가를 부를 때 피아노를 치라고 한 교장의 명령을 거부했다. 교장은 국가를 테이프 반주로 대신하고, 같은 해 6월 직무명령 위반 등으로 이 음악 교사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교사는 이에 불복해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발생 4년 만에 도쿄 지방법원은 문제가 된 경고 처분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원고가 신념에 기초해 국가 반주를 거부한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익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교육 공무원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 소송은 현재 진행 상태이다.

국가를 제창할 때 단순히 기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1989년 기타큐슈 시의 예와, 2001년 히로시마 현의 예가 그것인데, 이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문제는 아직도 법정 다툼 중이다.

이러한 사법적인 판단에 힘입은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10·23 통달을 통해 도립 학교 교사들의 기미가요와 히노마루 거부 행위를 엄단할 수 있도록 했다.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국가 의식을 심어주고 일원적인 국가관을 주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러한 조처는 이시하라 도쿄도 지사를 정점으로 한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전쟁 전 일본 제국주의가 국민들에게 주입한 천황에 대한 권위와 주권 인정, 배외주의, 군국주의 교육으로 회귀하려는 국가주의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이타마 현의 한 교사는 “기미가요를 강제하는 것은 국민 주권이라고 하는 일본 헌법의 기본 이념에 대한 도전이다”라고 규정했다.

일본 정부는 1999년 국기·국가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이 법률이 국민에게 국기·국가에 대한 존중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며, 학생들에 대해서도 강제할 뜻은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노나카(廣務) 관방장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 “이 법률을 방패로 하여 강제적으로 무미 건조한 논의를 진행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 히노마루와 기미가요의 역사, 또한 일시적으로 이것이 왜곡되었던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과는 정반대 상황이 도쿄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육기본법까지 뜯어고치려는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헌법학자인 일본 와세다 대학 니시하라 히로시 교수는 “애국심 육성이 법률 수준의 교육 목표로 법제화하면, 권력자들은 이를 발판으로 학생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하고, 학생들의 마음을 권력이 장악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전후에 제정된 일본 헌법과 교육기본법을 통해 유지되던 평화와 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들 수도 있다는 심각한 우려이다.
일선 교사들, 조직적 반대 운동

히노마루·기미가요가 조직적으로 강제되기 시작하자 도쿄도 내 학교 교사와 교직원 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태의 진전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1월30일 도쿄 지방법원에 제기된 ‘국가 제창 의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이라는 소송의 원고는 2백28명의 현직 교사·교직원 들이다. 피고는 도쿄도 교육위원회와 도쿄도. 이 소송은 교직원노동조합의 결의나 지원이 아닌 2백28명 원고 개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초로 했다.

원고들은 소송의 청구 취지를 통해 학교 행사에서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의 의무를 강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10·23 통달의 의한 정신적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변호인단 35명이 함께 하고 있는 이 소송에는 최근 참가 희망자가 늘어나 2차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교육 현장에서 민주교육과 평화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믿는 양심적 교사들이다.

이들은 ‘교육자로서 양심을 지키고,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학교를 운영할 것’ ‘학생들에게 민주 사회에 걸맞는 주권자로서 인격을 완성할 수 있게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소송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개별 저항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카이> 최근 호는 ‘히노마루·기미가요 계엄령’이라는 특집을 통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협하는 움직임을 심각하게 경고했다. 자위대 전투병 해외 파병, 헌법 개정 논의, 교육기본법 개정 시도,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 채택 움직임 등 일련의 우려스러운 사태가 일본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노골적인 우경화가 주변 국가를 불안케 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안해룡 (아시아프레스 인터내셔널)     2004/05/27  시사저널761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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