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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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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영유권 이미 '상황종료'

간도영유권 이미 '상황종료'


"얻은 것이 하나라면 잃은 것은 열 개다"

최근 방한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과의 협상 결과와 관련, 외교 전문가들이 내리고 있는 평가다. 중국측으로부터 앞으로 중국 교과서에 고구려사를 왜곡한 내용을 싣지 않겠다는 구두약속을 얻어냈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 오히려 우리측의 '양국 영토 존중' 약속이 훨씬 더 큰 무게를 가진 중대한 것이며 실질적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은 지난 8월 2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번에 중국이 강력하게 주장한 것은 중국 동북지역의 영토와 국경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를 우리가 해소해 달라는 것과 우리 정계에서 동북지방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시정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우다웨이 부부장은 협상 과정에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해명보다는 한국 내의 여론을 우리 정부가 단속을 해야 한다는 '공격'적인 발언에만 치중했다고 한다. 그의 진짜 방한 목적이 고구려사를 둘러싼 양국간의 갈등 해소가 아니라 한국 내에서 제기되는 간도 회복 운동을 봉쇄하는 것에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겉은 '고구려사' 속은 '간도'
중국이 간도 문제에 이토록 당당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미 양국이 국가 차원에서 '영토보존의 상호존중'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은 1992년 한-중수교 공동성명을 국가간 관계의 제1 원칙으로 삼아왔다.

전체 6개항으로 이뤄진 공동성명의 제1항은 수교원칙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실제적인 내용은 제2항부터 시작된다. 공동성명의 제2항은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유엔헌장의 원칙들과 주권 및 영토보전의 상호 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불간섭, 평등과 호혜, 평화공존의 원칙에 입각하여 항구적인 선린우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에 합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토보전의 상호 존중'을 명문화함으로써 간도 문제를 포함한 영토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우리가 간도 문제에 있어 한-중수교 공동성명으로 중국의 손을 들어준 거나 다름없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많은 학자들은 한-중수교나 한-러수교 당시 간도나 연해주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점을 두고두고 비판한다. 한국간도학회 부회장 이일걸 박사는 한-중수교에 대해 "우리의 현안인 간도문제는 언급하지도 못하고 대만과 단교하는 중국 측의 요구만 들어준 정치적 실기"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수교를 맺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반드시 주장했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말도 꺼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어쨌거나 한-중수교 공동성명은 양국의 외교관계를 규정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합의문으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 때 발표된 공동성명도 "한-중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기초로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명문화했다.

정부 입장은 아직 '미완성'
이번 5개항의 구두합의도 1992년 한-중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잇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구두합의 제2항은 "양측은 향후 역사문제로 인해 한-중간 우호협력 관계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1992년 8월의 한-중수교 공동성명 및 1993년 7월의 양국정상간 공동성명에 따라 전면적인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고 돼 있다. 원칙적인 내용이지만 향후 간도 문제의 향방을 가늠할 원칙이 여기서 시작될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기본은 한-중수교 공동성명의 내용에 따르게 돼 있다. '영토보전의 상호 존중' 원칙에서 출발해야 함을 합의하고 있는 것이다.

구두합의의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3항은 "양측은 한중 협력관계라는 커다란 틀 아래서 고구려사 문제의 공정한 해결을 도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고구려사 문제가 정치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을 한다는 데 공동인식을 같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다르면 양국의 정치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고구려사 관련 움직임은 물론 간도 영유권 주장도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간도협약 무효화 결의안'도 중국이 문제 삼으면 걸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고구려사 왜곡에 잠시 제동은 걸었지만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족쇄를 채운 셈이다. 이렇게 중국은 이번 방한을 통해 1992년 한-중수교 공동성명이 앞으로의 양국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될 것임을 우리에게 재확인시켰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정부가 간도 문제와 관련해 정해둔 방침은 없다.

지난 8월 11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간도협약에 대한 정부의 견해를 묻는 기자 들의 질문에 대해 "간도 문제는 북한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관련된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라고 전제한 뒤 "정확한 역사적 자료 수집과 고증을 거쳐 신중히 다뤄나갈 문제"라고 말했다. 향후 정부 차원에서 간도 영유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역으로 영원히 입을 다물 수도 있다는 뜻도 된다. 여기에 중국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간도 문제의 칼자루는 중국이 쥐고 있다. 우리가 쥐어준 거나 다름없다.

 


 


간도협약 당시 국내외 신문보도는
간도는 '열강의 격전장'이었다.
 

"청국 영지로 결정된 간도에는 이제 한일인의 삶을 허락지 않을터...."

1909년 9월 20일자 〈대동공보〉의 기사로 9월 4일 체결된 청일신협약(간도협약)에 따라 민족의 터전이 훼손됨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다. 〈대동공보〉는 러시아 교민들이 발행한 신문으로 애국계몽적인 기사가 많은 한글전용 신문이다. 이날 〈대동공보〉에는 '간도의 신협약' 기사가 비중있게 다뤄졌다. "청일 양국이 친밀한 교의로 한청국경에 있는 도문강으로 확인하여...."라는 기사는 현재의 두만강선으로 정해진 우리나라의 국경이 우리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간도협약이 체결되기 직전 간도의 정황은 무력충돌 가능성이 언급될 정도로 급박하다. 8월 9일자 〈대동공보〉는 "청나라가 안봉선 철도에 1만명의 군대를 진입시키는 문제로 청일이 전쟁을 시작한다는 풍문이 있다"고 보도했으며, "청나라가 간도 문제를 해외만국평화회의에 상정해 해결하려 한다"는 내용도 있어 간도 문제가 점차 국제분쟁으로 비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통감부의 기관지격인 〈경성신보〉는 적극적으로 청일신협약의 정당성과 쟁점들을 홍보하고 있다. 8월 29일자 〈경성신보〉는 간도를 양보함으로써 일청간 현안이 해결됐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권을 획득한 대가로 영토를 넘겨줬다는 내용은 한 줄도 없다. 게다가 9월 10일자 기사에서는 '한국 영토 확장'이라는 제목의 억지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간도협약이 체결된 후 주변 열강들은 일본에 거세게 항의했다. 영토를 불법적으로 넘겨준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자국의 이권이 침해됐음을 경고의 의미였다. 열강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는 사실은 간도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던 전략적 요충지임을 확인케 한다. 9월 17일자 〈황성신문〉은 청일신협약 이후 러시아가 국경에 수비대를 늘리고 있으며 청나라 내부에서 이번 협약에 반대하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도했다. 〈대동공보〉는 미국과 영국의 항의에 일본이 변명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당시 국내에서 발행하던 신문은 〈경성신보〉 〈황성신문〉 〈제국신문〉 〈대한민보〉 〈대한매일신보〉 등이다. 애국 계몽적인 기사가 많이 실리는 신문에서도 간도 협약에 대한 작은 논평조차 찾아볼 수 없다. 단편적인 사실만 확인할 수 있는 단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교민들이 발행하는 신문들은 시각이나 문체가 자유롭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교민들이 발행한 〈신한민보〉는 별도 고정란을 두고 간도 소식을 전했다. 9월 22일자 기사에서 압록강 대안지역인 서간도 소식을 전하고 있다. 서간도에서 교육이 활발한데 이는 동포들의 찬조금과 사범학교 졸업생들이 명예교사를 맡아줬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다.

고국을 떠나 타국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불안감도 기사에 표현된다. 8월 17일자 〈대동공보〉는 청일의 협상과정에 주목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일 일본과 러시아가 무력충돌을 일으킨다면 일본군이 간도를 경유해 하얼빈을 공격하고 연해주는 분명히 분열될지라...." 나라를 잃고 표류하는 민족의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병탁 기자 lum35@kyunghyang.com 뉴스메이커 590호 200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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