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MD 논의 급물살
방위청 "때가 왔다" 여.야 설득나서
美 저렴한 해상배치형 권유도 영향
일본내에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도입 논의가 급발진하고 있다. MD 도입에 적극적인 방위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논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 논리가 확산되면서 점차 세를 얻는 분위기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청장관은 지난 10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안전보장회의 논의를 거쳐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가 됐다”고 MD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위청 내부에서는 올 여름에 있을 2004년도 정부 예산안 신청시 MD 구입비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방위청은 이미 100여명의 여·야당 의원에게 MD 배치의 필요성을 사전 설명하는 등 도입을 위한 물밑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방위청의 MD 도입 논리는 간단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질 경우 방어할 수단이 없다는 것. 여기에 세계적인 MD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는 미국이 일본의 MD 도입을 강력하게 권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말 워싱턴을 방문한 이시바 장관에게 “미국의 MD 시스템을 도입하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도 가능하다”며 MD 구입비용까지 산출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측이 권유한 시스템은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에 요격미사일을 탑재시킨 뒤 적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면 이를 대기권 밖의 최고점에서 떨어뜨리는 ‘해상배치형(SMD)’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은 비용이 1천억엔 정도인 데다 2~3년이면 배치도 가능해 방위청은 솔깃해하는 분위기다. 현재 미·일간에 공동연구중인 시스템은 비용만 수조엔대에, 도입까지는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위청 간부는 “이지스함(약 1천4백억엔)보다 싼 시스템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방위청의 이같은 움직임에 일본 정부는 아직 신중한 반응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13일 “미국과 공동연구는 하되 개발·배치로의 이행은 별도로 판단한다는 기존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더라도 어느 나라에 떨어질지 모르는 단계에서 MD시스템으로 요격할 경우 정부가 헌법해석에서 금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에 저촉될지도 모른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MD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도쿄 외교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이번 국회에서 자위대법 개정안 등 유사입법 3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인 데다 집단적 자위권 해석문제도 최근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며 “한반도 긴장상황에 따라 MD도입 논의는 급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2003.3.14.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