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인 강제징용’ 日탄광회사 자료 나와
"강제징용 아닌 노무자 송출" 日정부 주장 뒤엎어
“잠자는 중에 습격하고,밭에서 일하는 사람을 연행했다…집합 날에는 도주자가 속출하고 아들 대신에 부친이 오는 등 노인, 환자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1944년5월31일 홋카이도 탄광기선주식회사<이하 북탄·北炭> 노무부의 ‘영광군 송출전말서’)
“전남 정읍에서 100명을 연행한 결과, 도중에 도주자가 속출하여 여수에선 54명이 됐다”(1944년6월 북탄 노무부 자료)
일제 말기 조선인 강제연행의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지역의 민간 기업 자료가 처음 국내에 공개됐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강제 징용이 아니라 노무자 송출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라키자와 아사히코(白木澤 旭兒) 홋카이도 대학 교수가 16일 국사편찬위원회 주최 ‘동아시아 사료연구편찬기관 국제학술회의’에서 처음 발표하는 홋카이도 탄광기선주식회사 미공개 자료에는 조선총독부와 민간 기업이 공모, 홋카이도 탄광 노동력을 한국에서 강제 동원한 기록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이 자료에는 조선인을 끌어오고 관리하기위해 일본 경찰 등 관(官)을 상대로 민간기업들이 벌였던 로비 실태가 생생하다. “할당 수에 이르지 못하자 50세 이상도 동원”했다는 기록과, 탄광 청원순사에 대한 술 접대 보고가 포함돼있다. 조선 총독부와 민간 기업이 강제연행을 함께 모의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도 있다. 북탄통제회 경성출장소가 1944년 9월2일자로 작성한 보고서 ‘조선인 노무자 송출강화에 관하여’에는 “징용 7, 관(官) 알선 3의 비율로 인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전부 징용으로 하지는 않음”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북탄 호로나이 광업소의 ‘급여관계철’에는 전남 노무과원이 유바리를 시찰한 후 “토건에서 조선인 학대, 특별히 가와구치가 심함” 등 징용자들이 가혹한 대우에 시달렸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지난 94년 홋카이대 부속도서관에 기증된 이 자료는 최근 들어서야 연구자들의 열람만 가능해졌고, 복사와 촬영은 금지돼있다고 한다.
(金基哲기자) 2002.12.12.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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