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2의 자위대 해외팽창 움직임
최근 미국의 대이라크 공세 분위기를 이용한 일본 자위대의 해외 팽창 움직임이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미군이 이라크를 무력 공격할 경우 이라크와 주변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자위대 C-130 수송기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이는 이지스함 인도양 파견 결정 등과 함께 지난해 9·11 테러 사건 이후 테러지원특별법 제정을 통해 자위대의 첫 전투지역 파견이라는 금기의 문을 열어제친 데 이은 제2의 팽창물결의 한줄기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그 동안 3차례나 파견을 거부해왔던 이지스함의 해외 파견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결정하면서 집단자위권 위반 논란을 거론하지 않은 채, 파견 자위대원들의 쾌적한 근무라는 새로운 논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대미협력 자세를 과시함과 동시에 자위대의 금기를 하나씩 깨나가자는 우파 세력의 의도가 관철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페르시아만에 설치된 이라크의 기뢰를 제기하기 위한 자위대 소해정 파견과 자위대 항공기 파견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의 위에 있다.
일본 정부가 과거에 금기시됐던 것을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은 이를 견제하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힘이 현저하게 약화된 데다가, 이번에도 걸프전쟁 때 전비 120억 달러를 내고 비난받은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일본 사회에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일관되게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자위대 구실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과 자민당의 일부, 연립여당의 일원인 공명당만이 집단자위권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도쿄/오태규 특파원 ohtak@hani.co.kr
2002.12.9.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