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경화 호기?
미 공화 득세.대북 유화 DJ정권 임기말 맞물려
새 추도시설 논의 외교마찰 일시모면용 변질
대북 수교교섭 교착상태 계기 강경론 뜨거워
북한의 새 핵개발 계획 인정과 일본인 납치 문제를 둘러싼 북-일 수교 교섭의 난항을 계기로 일본 안의 우경화 분위기가 다시 강해지고 있다. 일본의 이런 분위기는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이 이달초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대북 유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김대중 정권이 임기 말을 맞고 있는 상황과 연동해 일어나는 흐름으로 해석되고 있다.
◇변질되는 새 추도시설 논의=지난해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촉발된 주변국과의 외교마찰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설치된 일본 관방장관의 자문모임은 18일 저녁 모임을 열어 새 추도시설의 구상을 마련했다. 이 구상은 △신설 추모시설은 무종교 시설로 하고 △추도 대상은 메이지유신 이후 대외전쟁에서 숨진 사람들로 하며 △태평양전쟁 A급 전범과 외국인을 추도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유보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새 추도시설 논의는 애초 야스쿠니신사의 대체시설 마련이라는 취지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신설되는 시설이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고 못박고 내년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시기를 봐서 결정하겠다”고 참배 가능성을 열어놨다. 고가 마코토 전몰자유족회 회장도 이날 강연에서 “야스쿠니신사는 유족들에게 잃어버려서는 안될 정신적 중핵시설”이라며 “새로운 시설이 생겨 야스쿠니신사가 유명무실하게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새 시설 설치 자체를 반대했다. 결국 새 시설 논의는 일시적인 외교마찰을 모면하기 위한 술수로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커지는 강경론=북-일 수교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강경론이 부쩍 강해지고 있다. 강경론의 핵심 인물인 아베 신조 관방 부장관은 최근 납치 피해자 가족의 일본행을 수교 교섭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공안조사청 장관은 국회에서 북한계 동포조직인 재일조선인총연합(총련)에 대해 해산도 가능한 파괴활동방지법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적인 답변을 했다. 협상에서 압박으로 대북정책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방위청은 현재 미국과 공동연구 단계에 있는 미사일방어(엠디) 구상을 개발 단계로 한 단계 진전시키기 위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부상한 것을 기회로 삼아 일본의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발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도쿄/오태규 특파원
ohtak@hani.co.kr/ 2002.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