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표기 논란 원점회귀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 국제수로기구(IHO)가 69개 회원국을 상대로 진행중이던 세계 바다지도인 `해양의 경계' 제4차 개정판 최종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돌연 철회함에 따라 한일간 동해표기 논란이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지난 8월 IHO가 내놓은 `당사국간 타협이 이뤄질 때까지 현재의 일본해 단독표기 지도를 없애고 동해부분 2쪽의 지도를 아예 공란으로 두자'는 최종안은 `동해/일본해' 병기 목표에는 미달했지만 제3차 개정판까지 유지돼왔던 일본해 단독표기를 막았다는 점에서 우리 입장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됐었다.
IHO의 투표절차 중단 통보는 앞으로 적지 않은 파문을 낳을 전망이다.
우선 국제기구에서 회원국의 투표가 진행중인 가운데 최종안이 철회된 것은 '국제관행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IHO가 지난 8월 일본해 단독표기 삭제라는 최종안을 제시한 뒤 일본측이 강력히 반발해왔음을 감안할 때 IHO의 이번 결정 배경에는 일본측과 IHO간의 물밑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이번 결정이 이달 초 IHO 이사장이 교체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일본측의 집요한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IHO 결정에 `허를 찔린' 우리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이번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한일간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지난 8월 IHO 최종안 제시 당시 한방을 먹었던 일본측의 막판 뒤집기 로비가 예상됐다는 점에서 IHO 최종안 제시후 우리 정부가 방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설마 진행중이던 투표가 중단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엉터리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당혹해했다.
한편 IHO 사무국이 1년여간 준비끝에 만든 최종안을 스스로 철회함에 따라 당장 내년 초 발간할 예정이던 `해양의 경계' 제4차 개정판 발간이 상당기간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동해 표기 문제와 관련해 한일간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어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4차 개정판 발간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현재 일본해로 단독표기된 제3차 개정판이 계속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정부 당국자는 '2개국 이상이 지명과 관련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서로 다른 명칭을 병기해야 한다는 IHO의 결의에 따라 동해.일본해가 병기돼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h@yna.co.kr (끝) 2002.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