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동해표기 힘겨루기 가열
‘해양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에 동해 표기문제를 둘러싼 한·일간의 힘겨루기가 제4차 개정판 최종안에 대한 회원국 투표를 앞두고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해양의 경계’는 세계 바다지명을 표준화하기 위해 국제수로기구(IHO)가 발간하는 책자. 대부분의 해도(海圖)는 바다의 명칭을 결정할 때 이를 인용하기 때문에 한·일 양국은 1953년 이후 50여년 만의 제4차 개정판을 놓고 현재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IHO는 ‘해양의 경계’ 개정판 발간이 유독 동해표기 문제 때문에 계속 지연되자 아예 동해가 포함된 해도 2페이지를 뺀 개정판 최종안을 마련한 뒤 69개 투표 회원국에 가부(可否) 여부를 11월말까지 결정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일본으로서는 상황이 급하게 된 것이다.
일본은 지난달 27일부터 9월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서 또한번 ‘일본해 단독표기’를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9월중 양자협의를 갖자고 우리측에 제의해왔다.
과거 ‘일본해 단독표기’를 고수하면서 양자협의를 일절 거부했던 일본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양자협의가 진행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최종안을 부결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보인다. 최종안이 부결되면 개정판 발간은 늦어지고 일본해로 단독표기된 3차 개정판을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정부는 “일본이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양자협의는 무의미하다”며 “정부는 회원국을 상대로 양자협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설명과 함께 최종안 가결에 외교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현기자 csh@kyunghyang.com〉 2002.9.6.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