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적자 5년만에 최대…상반기 64억弗
올 상반기 대일(對日) 적자 규모가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4일 상반기 지역별 무역수지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대일 무역적자는 64억4029만달러로 작년 동기 44억9983만달러보다 43.1%나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적자 폭은 IMF관리체제 직후인 지난 97년 상반기 70억4700만달러의 적자를 본 이후 가장 큰 수치다.
또 지난 6월 한 달 동안 대일 무역적자는 12억9432만달러로, 월별 수지로 97년 4월(14억8600만달러) 이후 62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올 들어 대일 무역적자 폭이 급증하는 원인은 엔저(円低) 현상과 함께 일본의 경기회복이 더뎌 한국 제품의 일본 시장 내 경쟁력이 점점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무역협회는 분석했다.
올 1~6월 대일 수출실적은 70억313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5%나 감소한 반면 수입은 134억7159만달러로 0.7% 줄어드는 데 그쳤다. 따라서 한국 제품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이미 미국, 중국, 대만, 호주에 이어 5위권으로 밀려났다.
한국 제품들은 특히 중국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뒤지면서 일본시장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5월까지 일본의 총 수입은 6.7% 감소한 가운데, 한국으로부터 수입은 19.5%가 줄어든 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8.4% 늘어났다.
무역연구소 박양섭 실장은 “일본 시장에서 저가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산에 비해 가격이 비싼 우리 상품의 입지가 축소된 것이 대일 무역 역조가 심화되는 주 원인”이라며 “국내 경기회복에 따라 시설투자가 본격화하면 일본으로부터 기계류 수입들이 늘어 적자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 96년 156억8200만달러를 정점으로 꺾여 97년 131억3600만달러, 98년 46억300만달러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99년 82억8000만달러, 2000년 113억6200만달러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는 경기침체에 따른 자본재 수입 감소 등에 힘입어 101억2800만달러로 줄었다.
( 李仁烈 기자 yiyul@chosun.com ) 2002.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