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日王-맥아더 회견자료 발견
당시 통역자 10여개 대화록 수기집에 수록
美- 日강화교섭-안전보장-한국전등 논의
태평양전쟁 이후 연합국의 일본 점령기 시절에 히로히토(裕仁) 일왕과 연합국 군 총사령관의 회견 내용을 담은 외교통역관의 수기집이 발견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5일 히로히토 일왕이 더글러스 맥아더와 매슈 리지웨이 총사령관과 나눈 10여 차례의 대화록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수기집은 당시 히로히토-맥아더, 히로히토-리지웨이 면담에 통역으로 참여한 마쓰이 아키라(松井明.사망)가 생전인 1980년 '천황의 통역'이라는 제목으로 남긴 글이다.
일왕과 연합국 총사령관의 대화록에는 세계대전 후 미-일 강화교섭과 일본의 안전보장, 한국전쟁 이후의 국제정세 등 고도의 정치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일왕의 국제정세 대처방안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11회에 이르는 일왕-맥아더 회견에서 마쓰이는 제8∼11회 통역으로 나섰으며, 맥아더의 후임인 리지웨이와 일왕간 이뤄진 7회의 회견에 통역을 맡아 회견의 대부분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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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의 위협=히로히토 일왕과 맥아더 사령관은 1949년 11월 제9차 회견에서 공산주의의 위협에 공감했고, 맥아더는 미-일 강화조약 후에 미군 주둔 필요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일왕은 이 회견에서 한국전쟁을 예견이라도 하듯 "소련이 공산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한국을 침략하면 일본 국민이 동요할까 우려된다"고 발언했다. 맥아더는 "미국은 공백상태에 놓인 일본을 침략에 노출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년간 과도기적인 조치로 미군과 영국군의 주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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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51년 5월 히로히토-리지웨이 회견에서 일왕은 "유엔군의 사기는 어떠하며 제공권은 어떻게 됐느냐"며 한국전 전황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일왕은 특히 "공산군측이 대공세로 전환하면 미국군은 원자무기를 사용할 생각이냐"고 핵전쟁 가능성을 언급했다. 리지웨이 사령관은 "미국 대통령만이 핵무기 사용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야전사령관 입장으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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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소추면제=맥아더 사령관의 파면이 알려진 51년 4월 회견에서 일왕은 도쿄전범재판과 관련, 사임할 뜻을 맥아더에게 피력했다. 맥아더는 "나는 전쟁 재판의 구상을 처음부터 의문시했다"며 "워싱턴에서 일왕을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반대했다"고 밝혀 그가 일왕의 단죄에 반대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박종현기자
bali@sgt.co.kr. 2002.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