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 '백제 후손' 발언은 정치적 제스처
*뉴스위크 일본판 분석보도
지난해말 생일을 맞아 “간무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한 아키히토 일왕의 발언에는 ‘일왕의 월드컵 개막식 참석’ 등을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인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일본판은 20일자(사진)에서 “특히 음악·유교·불교 등 한국이 일본에 영향을 준 분야를 언급한 것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한국이 받았던 쓰라린 기억을 완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주간지는 일왕과 가까운 인사들의 말을 인용,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불거져 나온 일왕의 발언은 우연이 아니며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편찬하는 등 과격한 우익의 언동과 행동에 자제를 촉구하고 서울에서 열리는 월드컵 개막식 참석을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일왕의 발언은 재위 13년 만에 처음 나온 정치적인 것이었으며 이는 한국으로부터 역사적·문화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았다. 이 주간지는 오는 21일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때 왕실의 누가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일본의 궁내청은 고고학자의 왕릉발굴을 거부해왔다. 이는 왕릉이 ‘사유재산’이라는 점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혹 조선반도와의 어떤 관련성이 밝혀질까 두려워해왔다는 분석도 있다.
주간지는 이런 가운데 터져나온 일왕의 발언은 대단한 변화라는 분석이다.
뉴스위크는 한·일교류의 역사에 대해서도 집중분석했다. 일본인의 50% 정도가 조선인과 혈연관계를 맺고 있다는 학자의 지적도 싣고 있다. 약 1,700년 전에 조선반도로부터 기마민족이 건너왔는데 황실의 축사(祝詞)가 고대 신라의 말과 흡사하며 무령왕의 피를 받은 다카노노니이가사(간무천황의 생모) 시대의 기나이(畿內)에는 인구의 30%가 백제중심의 도래인이었다는 학자들의 견해도 실었다. 660년 고국이 혼란에 빠지자 10만명의 백제인들이 야마토 지방에 유입돼 한자와 불교를 전했다는 주장도 언급됐다.
1910년대 사이토바루(石原)에서 발굴된 고분에서는 중국 배를 본뜬 하니와(埴輪·무덤 장식 토기)와 한국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금동제 마구가 확인됐다. 또 72년 발견된 다카마쓰 고분 내부에는 대륙풍의 의상을 입은 남녀가 묘사돼 있다.
뉴스위크는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따라서 천왕의 발언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과연 그럴까”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반인들은 모른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다카노노니이가사라는 여성의 역사를 아는 것은 바로 일본자신의 역사를 아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기환기자 lkh@kyunghyang.com〉2002.3.19.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