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속아 맺은 65년 한일협정
65년 일정부 "징용자 명부 없다"거짓말 드러나
일본 정부가 1965년 한국과 한일협정을 체결할 당시 한국쪽의 한국인 강제연행자 자료 요청에 대해 문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자료가 전혀 없다고 속이고 협정을 맺은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가 발견됐다.
재일동포 사학자인 홍상진(51·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사무국장)씨는 최근 일본 고베시 시립중앙도서관에서 관련 문서를 발견해 3일 공개했다.
1962년 2월19일 일본 외무성 북동아과에서 작성한 `한국인 이입 노무자 수에 대해'라는 제목의 이 토의용 자료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와 내무성 경보국(현 경찰청)이 협상 당시 강제연행 노동자의 명부 등 자료를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일협정 체결 당시의 시나 에쓰사부로 외상은 65년 10월 제50회 임시국회 답변에서 한일협정과 관련해 조선인 강제연행자의 자료는 “흔적도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문서는 한국쪽이 협상과정에서 `피징용 노동자' 66만7천명이 끌려갔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일본쪽 협상팀의 내부토론 자료로 작성됐다. 일본은 한국쪽 주장에 대해 “국민징용령은 1945년 9월 이후 실시됐으므로 약 20만명뿐이고, 그 명칭도 `징용 한인'이 아니라 `동원 한인 노무자' 또는 `일본송출 한인 노무자'로 쓰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문서는 당시 징용자의 통계에 대해 “명부는 각 사업장이 보관하고 있고, 이입·전입·귀선(귀국)·도망·사망·부상·현재 수 등도 각 직장에 정비돼 있고 그것에 대해 1년에 2~3회(3월 말, 6월 말, 12월 말) 현재의 통계가 각 부현을 통해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서는 “정부에는 당시의 집계 통계만 있고 명부는 후생성에 보관돼 있지는 않지만, 1946년 6월에 총사령부의 명령으로 모은 명부 17부현 13만7406명분이 있다”고 명부 보관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후생성과는 별도로 내무성 경보국에서도 집계돼 있다”고 기록돼 있다.
홍씨는 “이 자료로 일본이 한일협상 당시 강제노동자 관련 자료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한 말은 거짓임이 확실히 드러났다”며 “일본은 과거 역사에 대한 진실규명 차원에서 이런 자료들을 지금이라도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오태규 특파원】
ohtak@hani.co.kr
2002.2.4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