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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1)

백두산(1)

▲ 조용헌
백두산을 민족의 영산(靈山)이라고 한다. 왜 백두산이 영산인가? 우선 한자의 영(靈)자를 분석해 보자. 땅(_)과 하늘(ㅡ)을 가운데에서 연결하면 공(工)자가 된다. 공(工)자를 가만히 살펴보면 좌우에 사람 인(人)자가 배치되어 있다. 이것이 무(巫)자이다. 땅과 하늘을 연결해 주는 사람이 바로 무(巫)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 이 무당(巫堂)이 입(口)으로 소리를 내어 중얼중얼 주문을 외운다. 무(巫)자 위에 입 구(口)자 세 개가 올려져 있다. 그러고 나면 비(雨)가 오는 것이다. 이것이 영(靈)자의 의미이다.

그러니까 영험하다는 의미의 가장 꼭대기에는 비가 자리 잡고 있다. 고대사회에서 전쟁보다 무서운 것이 가뭄이다. 전쟁은 당사자만 죽지만 가뭄이 들면 모두 죽는다. 그래서 비가 중요하고, 물이 중요한 것이다. 백두산이 영산이라는 일차적인 이유는 꼭대기에 물이 있기 때문이다. 천지(天池)라고 하는 엄청난 깊이를 지닌 호수가 있다. 높은 산 정상에 이처럼 깊고 푸른 호수를 가진 산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북방의 유목민들은 특히 물을 신성시하였다. 물이 없으면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이 다 죽는다. 그래서 고대의 북방 유목민들은 물에서 함부로 손도 씻지 않을 정도로 물을 숭배하였다. 물을 오염시키는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하였다. 이처럼 신성한 물이 평지도 아니고 높은 산 정상에 있다는 것은 엄청난 신성(神聖)이었다. 북방 유목민족의 후손인 한민족이 고대부터 백두산의 천지를 신성한 장소로 여긴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맥락에서 신성시되었던 호수가 바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이시쿨 호수이다. 천산(天山)의 해발 1600m 높이에 자리 잡고 있다. 가로 180km, 세로 60km 크기의 호수인데, 산 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때문에 북방 유목민의 성지로서 추앙 받았다. 이곳을 현장 답사했던 시인 김지하는 이시쿨 호수 옆에서 열렸던 바자르(시장)를 우리 고대사에 등장하는 신시(神市)라고 주장한바 있다. 제주도 한라산이 영산인 이유도 역시 산 정상에 있는 백록담(白鹿潭) 때문이다. 산 자체도 성지(聖地)인데, 산꼭대기의 물은 ‘성중성(聖中聖)’으로 대접해야 한다.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2006.09.12 22:32 16'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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