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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3)

白頭山(3)

▲ 조용헌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에 고기가 많이 모이듯이, 이질적인 음(陰)과 양(陽)이 섞이면서 묘용(妙用)이 발생한다. 백두산의 천지(天池)는 바로 이러한 묘용을 보여주고 있다.

산꼭대기에 있는 물은 양중음(陽中陰)이다. 백두산이라고 하는 불 속에 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한다면 태풍 한가운데의 고요함과 같다. 이런 곳은 기도발이 받는다. 그래서 산 위에 물이 있는 곳은 아득한 상고시대부터 기도터로 여겨졌다.

그러나 백두산과 같이 자연적으로 산 위에 연못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고대인들은 산 위에 물이 없으면 인공적으로 물을 담을 수 있도록 구멍을 팠다. 높은 바위절벽이나 암봉(巖峰) 위에다가 바가지 크기나 세숫대야 혹은 주먹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홈을 팠던 것이다. 이런 구멍 내지는 홈을 ‘알터’ 또는 ‘컵마크(cup mark)’라고 부른다. 고대인들의 기도터이다.

필자는 지난 십 몇 년 동안 이런 곳을 찾아서 답사하였는데, 공통적으로 산 정상 부근이나 높게 솟은 바위 꼭대기에 인공적으로 판 이런 구멍이 발견되었다. 이 바위 구멍 속에는 물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백두산 천지와 같은 기능을 하는 ‘양중음’의 장치를 바위 기운이 강하게 내려오는 곳에다가 인공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예를 들면 부산의 금정산(金井山)에 뾰쪽뾰쪽 솟아 있는 바위 봉우리 꼭대기를 올라가 보면 세숫대야 크기만 한 홈이 파여 있다. 물론 고대인들이 기도를 하기 위한 용도로 파 놓은 것이다. 속리산(俗離山) 문장대(文藏臺)도 거대한 화강암이 힘차게 뻗은 곳으로, 바위에서 방사되는 불기운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지점이다. 이 문장대 바위의 꼭대기 부분에도 역시 알터가 있다. 대구 팔공산(八公山)도 산 전체가 지글지글 끓는 화기(火氣)가 충만한 산이다. 그 화기가 뭉친 지점에 그 유명한 갓바위 부처상이 조성되어 있다. 갓바위 부처상 뒤쪽의 바위에도 올라가 보면 고대인들이 파놓은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구멍이 있다.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이런 지점은 이미 영험한 기도터였음을 알려주는 증거이다.

알터는 전국 바위산 꼭대기 부근에 수백 군데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백두산 천지는 가장 거대한 알터인 것이다.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2006.09.17 22:30 37'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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