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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4)

백두산(4)

▲ 조용헌
우리나라의 산 이름 가운데 흰 ‘백(白)’이 들어가는 산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백두산을 비롯하여 단양군과 영주시에 걸쳐 있는 소백산(小白山·1439m), 강원도 태백시의 태백산(太白山·1567m)이 대표적이다.

한민족은 옛날부터 흰색을 숭상하여 왔다.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왜 흰색을 성스러운 색깔로 여겼을까. 이는 시베리아, 몽골에 사는 북방 유목민족의 흰색 숭배 전통과 궤를 같이한다.

북방의 광활한 초원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높은 산 정상에 녹지 않고 쌓여 있는 흰 눈은 성스러운 대상이었다. 중앙아시아의 드넓은 초원을 여행하면서 설산(雪山)을 바라다보면 흰색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흰색이 지닌 순결함과 높은 산이 주는 고소(高所)의 성스러움, 그리고 녹지 않는 눈에서 그 어떤 영원함을 느꼈던 것이다.

이는 유럽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몽블랑 만년필의 외형적 특징은 끝부분의 흰색 마크인데, 이게 트레이드마크이다. 흰색 마크는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4807m)에 쌓여 있는 만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시베리아에서는 껍질이 하얀 자작나무를 특별한 성목(聖木)으로 여긴다. 시베리아 샤먼들은 자작나무 껍질을 태우면서 굿을 한다. 자작나무 껍질이 흰색이기 때문이다.

한민족의 흰색 숭배도 이러한 북방의 전통이 그대로 계승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태백산과 소백산은 정상 부근에 봄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눈이 쌓여 있어서, 멀리서 바라다보면 꼭대기의 흰색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백두산은 소백산이나 태백산보다 훨씬 높고, 정상 부근에 눈이 오랫동안 쌓여 있다. 정상 부근에 백색의 부석(浮石)이 얹혀 있어서 백두산이라 했다는 설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름에 ‘백’자가 들어간 가장 주된 이유는 흰 눈 때문이 아닌가 싶다.

등산장비가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백두산에 오르기가 어려웠다. 그 대신에 올랐던 산이 백두산의 두 아들에 해당하는 소백산과 태백산이다. 정감록(鄭鑑錄)을 보면 소백과 태백의 중간지역인 ‘양백지간(兩白之間)’을 특별히 주목한다. 난리가 났을 때도 여기에 가면 살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우리 민족에게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백산숭배(白山崇拜) 사상을 반영한 것이다.

조용헌·goat1356@hanmail.net 입력 : 2006.09.19 19:32 21' / 수정 : 2006.09.20 08:31 42'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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