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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회사명 우리 정체성 흐려

영문 회사명 우리 정체성 흐려

고등학교 화학 시간, 원소 주기율표를 외우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었다. 시험 때가 다가오면 삼삼오오 모여 앉아 “Ca 칼슘, K 칼륨”하면서 익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난 요즘도 알파벳 기호와 그 의미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 KT, KB, KT&G, POSCO 등의 뜻 모를 부호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낯선 원소를 만났을 때처럼 당황하게 된다.

이들은 소위 세계화를 내세우며 최근에 바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 이름들이다. 바뀌기 전 이름은 ‘한국통신’ ‘국민은행’ ‘한국담배인삼공사’ ‘포항제철’ 등으로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눈과 귀에 익었던 이름을 하루아침에 무슨 뜻인지 모를 알파벳 약자로 바꿔 놓았으니, 소비자로서는 그 기업들이 낯설게만 여겨진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상장·등록된 회사 4곳 가운데 1개꼴인 408개 기업이 회사 이름을 바꾸었으며, 바뀐 이름은 대부분 영어식 표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새로 생겨나는 회사들도 알기 쉽게 이름을 짓기보다는 CGV(복합영화상영관), KTX(한국고속철도) 등 약자 표기를 주로 하고 있다.

영문 약자로 이름을 지은 기업들은 하나같이 세계화 시대에 맞추어 미래 지향적인 작명을 하였노라고 변명하고 있다. 한국인만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보고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알파벳으로 이름을 지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회사들이 모두 해외 영업을 하는 기업인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과연 이런 이름이 한국인이나 외국인에게 매력적인지는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기업의 이름은 인지도를 높여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우선 기억하기 쉽고, 그 성격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알파벳 부호화한 이름들은 소비자들에게는 도무지 해독할 수 없는 암호일 뿐이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 수 없으므로 당연히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도대체 누가 KB는 은행 이름이고 CGV는 영화관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단 말인가. 또 비슷비슷한 알파벳이 나열되다 보니 그 회사가 그 회사 같고 구분이 쉽지 않다. SDS와 SDI를 혼동하기 일쑤이고 KT와 KTX, KT&G 따위가 서로 관련이 있는 회사라고 오해하기 쉽다. 이같은 이름 짓기는 소비자들에게는 불친절하고 무성의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름을 제대로 알리려는 기업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기업의 이름을 알리는 데에도 성공적이지 않고 세계화와도 별로 상관이 없는 이런 이름 짓기는 결국 내국인들의 허영심에 호소하려는 얄팍한 상술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업의 성공 여부는 이름보다는 상품의 질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대표적 기업들은 대부분 일본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이 해외 기업 활동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도요타’ ‘미쓰비시’ ‘혼다’ ‘히타치’ ‘닛산’ 등은 일본식 이름을 가지고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삼성’과 ‘현대’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이 발음하기에 어려운 이름이어서 해외 영업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업들의 영문 약자 이름 짓기의 문제는 단지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말이 그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듯, 세계화된 경제체제에서 기업들은 그 나라를 대표하기도 한다. 회사 이름으로 볼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사라지고 국적 불명의 영문 약자 이름 기업이 난무하는 것은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부끄러운 일이다. 품질은 세계적 수준을 지향하고, 정체성에서는 한국적인 특색을 잃지 않는 것이 세계화 시대에 성공하려는 기업의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정희원/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 2004.7.14.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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