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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왜 우리이름 버리나

기업들 왜 우리이름 버리나

언제부턴가 우리 귀에 익었던 기업 이름이 사라지고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금성, 선경 등이 잊히고 LG, SK 등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뒷전으로 물러서고 KB로, 포항제철은 포스코로 바뀌었다. 얼마나 더 많은 사례가 있는지 모른다.

물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원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곳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삼성, 현대는 그 이름 그대로 여전히 세계적인 대기업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기업 이름은 원래의 우리 이름을 쓰는 쪽과 우리 특색이 드러나지 않는 이름을 쓰는 쪽의 두 부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점차 후자 쪽의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추세다. 이런 추세가 어디까지 치달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웃 나라를 보자. 일본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답게 세계적인 기업을 여럿 가지고 있는데 미쓰비시, 도요타, 히타치, 마쓰시타, 닛산, 혼다 등 어느 것이든 일본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이름만으로도 일본 기업임을 세계인은 쉽게 안다. 독일은 어떤가? 알리안츠, 지멘스, 다임러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이름 역시 독일어 느낌을 풍김으로써 독일 기업임을 보여준다. 물론 BASF 같이 잘 알 수 없는 예도 있기는 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 십년간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다. 나라마저 잃었던 시기를 지나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세계 12대 교역국으로까지 우뚝 섰다. 외형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정체성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 반만년 역사에 대한 긍지,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믿음 등 우월감을 굳게 지니고 있는 한편, 외국것은 덮어 놓고 좋고 우리말을 잘 쓰는 것보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자기 비하의 열등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자기 모순이 정체성의 위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름은 다른 사람과의 구별이고 다른 사람에 대해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이름은 다른 기업과의 구별이고 세상에 대해 그 회사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 세상이라는 것이 동네 상점일 경우 이웃 사람일 것이고 세계를 상대로 기업 활동을 하는 대기업일 경우 전세계가 될 것이다. 동네의 작은 상점이 인근 주민을 고객으로 하면서 낯선 외국 이름으로, 그것도 한글 아닌 로마자로 간판을 내건다면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유도 없이 그저 ‘주변 분위기가 그러니까’ 하면서 정체 불명의 상호를 짓는 사례가 즐비하다. 용산 전자상가의 소규모 상점들의 상호는 그런 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문의 주식시세표에 나타나는 벤처기업 이름 가운데 우리말다운 이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대기업의 경우 상대가 우리나라 소비자만이 아니고 여러 외국이니 문제가 단순하지는 않다. 여러 나라 사람이 두루 기억하기 쉽고 발음하기도 쉬운 이름이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를 상대로 한다고 한국이라는 특징을 숨기고 감추는 식으로 기업 이름을 바꾸는 것이 과연 옳은지 찬찬히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다국적기업이 판치는 세상에 오히려 특정 국가의 느낌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있을지 모르나 과연 요즘 새로 이름을 바꾼 기업들이 다국적기업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하루빨리 배타적 우월감과 턱없는 자기 비하라는 모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면 기업 이름을 우리 식으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자는 비록 로마자로 적을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이름 자체를 한국적인 특징이 없는, 정체 불명의 이름으로 하거나, 특히 외국어 이름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민은 위대한 체험을 했다. 월드컵은 온 나라 국민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모든 사람이 애국심을 느꼈고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지만 민족과 국가는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준 것이다. 오히려 세계화 시대일수록 각 나라, 각 민족의 정체성은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비중이 커지고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한국은 제 색깔을 또렷이 드러내야 한다. 그것은 제 이름에서부터 나타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 이름을 세계화 시대임을 이유로 스스로 특징 없는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시급히 반성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기업 이름을 한글로 적기는 했으되 표기법을 따르지 않아 혼란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회사 이름에 디지털, 디지탈, 디지틀이 혼재하는 한편 데이타, 데이터가 다 존재한다. 문명 국가에서 이럴 수는 없다. 같은 말을 제각기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달리 적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 이름을 한글로 적을 때에 표기법을 준수하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거나 시민 단체의 감시 활동이 따랐으면 한다.

김세중 /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연구부장   2004.3.18.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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