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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투자협정 `失` 더 많다

한·미투자협정 `失` 더 많다

최근 한·미투자협정과 관련해 ‘스크린 쿼터(극장의 한국 영화 의무 상영일 수)제’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크린 쿼터제를 시장의 원리를 해치는 국수주의적 규제로 몰아붙이지만, 이는 막강한 자본과 세계의 문화적 지배를 등에 업은 미국의 영화산업에 비해 ‘유치산업’인 우리 영화산업을 보호·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사실 지난 몇년 간 한국 영화산업이 보여준 눈부신 발전이야말로 스크린 쿼터제가 성공적인 정책이었다는 증거이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이를 90년대에 철폐했다면 지금과 같은 우리의 영화산업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유치산업 보호의 원조(元祖)가 사실은 미국이라는 것이다. 후진국 정부는 관세·보조금·쿼터 등으로 신흥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유치산업 이론’을 처음 체계화시킨 것이 바로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이며, 미국은 19세기 중반부터 2차대전 때까지 세계 최고율의 관세로 유치산업을 보호하여 영국을 추월했던 나라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유치산업 보호론의 핵심은 그 산업이 성숙하면 보호를 철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산업이 성숙하면 스크린 쿼터제를 철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영화산업이 아직도 완전히 성숙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스크린 쿼터제 철폐는 시기상조이다. 게다가 문화산업의 특수성과 할리우드의 독점적 위치를 고려할 때 우리 영화산업이 성숙하더라도 스크린 쿼터제를 완전 폐지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우리가 스크린 쿼터제를 포기하면서까지 체결하고 싶어하는 한·미투자협정이 과연 우리나라에 좋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협정이 우리나라에 엄청난 이익이 된다면 영화산업을 희생하고서라도 이를 체결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미투자협정을 체결하면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는 세계은행조차도 2003년에 내놓은 연례보고서(Global Economic Prospects and the Developing Countries 2003)에서 쌍무투자협정(Bilateral Investment Treaties·BITs)이 외국인 투자를 증대시킨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인정했다.

반면에 이 협정이 체결되면 우리는 미국인 투자자들을 내국인 투자자와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익과 우리의 국익이 상충할 때 정부가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박탈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미국식 쌍무투자협정은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은 직접투자뿐만 아니라 주식 등 간접투자까지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렇게 되면 투기성 자본에 대한 통제까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게다가 미국식 쌍무투자협정은 정부 규제로 외국인 투자자가 손해를 보면 정부에 그에 대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독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위에 인용한 세계은행 보고서도 이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무역정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투자 문제에 있어 미국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다. 자국이 자본 수입국이던 20세기 초까지 미국은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규제했기 때문이다.

해운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아예 금지돼 있었으며, 농지와 채광권·벌목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엄격히 규제됐다. 은행의 경우에는 외국인은 이사가 될 수 없었으며, 국책은행의 경우에는 외국인 주주의 투표권 행사마저 금지돼 있었다. 19세기 말 새로운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떠오르던 뉴욕주는 은행업이라는 ‘유치산업’ 보호를 위해 1886년 외국은행의 업무를 제약하는 법을 도입했고, 1914년에는 아예 외국 은행의 지점 설치를 금지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한·미투자협정의 기준으로 보면 어림도 없는 정책들이다.

미국이 19세기에 보호무역을 하고 외국인 투자를 제약한 것은 그것이 당시 선진국을 추격하는 입장이었던 자국의 이익에 부합했기 때문이고, 지금 자유무역과 쌍무투자협정을 외치는 것은 그것이 현재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한·미투자협정이 우리 국익에 큰 도움이 된다면 스크린 쿼터제를 과감히 희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이 협정을 따내기 위해 우리에게 아직도 필요한 스크린 쿼터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 고려대 교환교수

2003.6.25.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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