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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간에 맞춘 부시전화

美시간에 맞춘 부시전화

13일 오후 6시께 “오늘 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갖는다”고 예고되자 청와대 기자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또 노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의 한미 관계 등에 비추어 중요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퍼져나갔다.

‘당당한 외교’를 강조해온 노 대통령이기에 더 그랬다. 방송사들은 생방송 준비를 하느라 중계차를 동원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고 기자들은 이런 저런 추측을 해보면서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이번 통화는 미국측이 원한 것이고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희망하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이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확인되면서 팽팽했던 긴장감은 눈에 띄게 느슨해졌다. 그러나 밤 9시35분부터 15분 동안의 통화가 있은 뒤 밤 10시로 예정됐던 브리핑이 밤 10시20분, 10시50분으로 두 차례 연기됐다.

‘큰 기사거리는 아닐 것’이라던 출입기자들의 생각은 다시 흔들렸다. 사후적인 의견조율이 필요할 정도로 민감한 대목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일었다. 당초 생방송 계획이 없던 한 방송사까지 급히 생방송 채비를 갖췄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통화 내용은 외교적 수사가 동원된 의례적 수준을 넘지 못했다.

괜히 부산을 떨었지만 딱히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왜 우리 대통령은 늘 밤중에 전화를 받아야 하는가 궁금해졌다. 물론 시차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오전 7시35분에 업무를 시작하면서 전화를 걸면 서울은 밤 9시35분이 되는 것이다. 미국이 아쉬워서 하는 전화라면 우리측이 선택한 시간에, 밝은 낮에 받을 수는 없는 것일까.


고태성 정치부 차장대우
tsgo@hk.co.kr  2003.3.15.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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