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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제조정 방향

한-미동맹 제조정 방향

최근 다양한 차원에서의 중대한 정치군사적 변동은 한-미동맹의 재조정을 위한 압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한-미동맹에 존재 이유를 제공하던 북한의 위협이 냉전이 종식하면서 급격히 약화되어 한반도 내 세력균형에 본질적인 변동이 야기되었고, 그동안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대외적 자율성을 유보하던 한국은 안보 대 자율성 간의 세력균형에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북한 위협의 감소는 한국의 사활적 이익 중 하나인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을 자신이 주도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대했다. 그러나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대북포용을 과거의 일로 만들었고, 특히 핵 문제를 둘러싼 ‘대북 전쟁 불배제’ 선언은 동맹국 시민들의 목숨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한국 내에서 확대시켰다. 나아가 2002년 대선 기간 중 여중생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 등 한국 시민의 반미감정을 자극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선거일 직전 북한의 미사일 선적 선박이 공해 상에서 미국의 통제 하에 나포된 것은 남한 사회 일부에 부시 정부가 한국 국내정치에도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미국과 관련한 남한 사회 일부의 새로운 인식의 확장은 반미라기 보다는 반 부시 정부의 측면이 더 강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 위협 수준의 감소와 부시 정부의 경직된 한반도 문제 접근법은 상호상승작용을 하면서 한국의 대미 자율성이라는 개념을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압력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한-미동맹의 재조정은 몇가지 주요 문제에 대한 사려깊은 검토를 요구한다.

첫째, 한-미동맹의 성격은 북한 억지 차원을 뛰어넘어 지역평화를 주도해가는 지역안보동맹으로 전환하면서 동시에 협력적 안보 개념에 기초한 다자간안보협력의 제도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동맹의 재정의가 한·미 상호이익이 아닌 미국의 일방적인 이익-예를 들어 대만해협 갈등시 한국 개입과 같은-에 한국이 복무토록해서는 안되며, 미-일동맹과 어떤 형태로든 연계되어 동맹정치의 경직성을 증대시켜서도 안되고, 또 그로 인해 중국 북한 등을 자극해서도 안될 것이다.

둘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작전통제권은 군령권의 핵심이고 군령권은 군통수권의 핵심이다. 법리상으로는 한국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부분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돼있으나 한국군의 작전계획은 미군의 극동 아시아 작전계획의 일부인 ‘작전계획 5027’을 쓰고 있고, 모든 한국군 부대의 전시 작전계획은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계획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볼 때 한국이 전시 작전을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에서 작전통제권 이양이 주한 미군 철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남한의 군사전략상의 취약성을 과장되게 반영하는 것이자, 오랜 대미 군사적 의존과 그에 따른 관성적 사고에 기인한 심리적 불안을 단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주한미군 감축은 북한이 느끼는 위협을 감소시킨다는 바람직한 면도 있다. 그러나 그와는 무관하게 주한미군의 병력 감축은 미국이 이미 내린 결정으로 불가피한 과정이다. 주한미군이 감축된다 해서 전쟁 억지력이 없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군이 주둔하는 한 전투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전은 해·공군 전이며 장거리 정밀공격 능력이 핵심이다. 괌기지를 활용해 ‘신속전개능력’을 향상시켜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시민들은 반미도 친미도 아니며 미국의 대다수 정치인들과 여론주도자들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한미 양국 지도자들은 양국의 일부 낭만주의·극단주의가 정치화·상업화된 언론을 통해 정책결정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막고 분별력 있는 합리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공동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2003.3.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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