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의 코와 교육실패 대학 입시가 지나가며 우리 사회는 또 한차례 몸살을 겪는다.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 대학 입시 문제는 워낙 뿌리가 깊어 누구라도 쉽게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면 바로 대통령 감”이라는 우스개 이야기가 떠돌겠는가. 그만큼 교육 문제는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 외에 여러 가지 다른 사회적 기능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 계층간의 평등 문제, 교육의 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이해 관계, 사교육 기관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 교육의 정치적 이용 등이 얽히고설켜 교육 이외의 다른 요소들에 의해 교육의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 결과 입시철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아우성과 불만이 끊이지 않고 공부에 대한 부담은 늘어가는데 훌륭한 인재는 점점 줄어드는 현실을 맞게 되는 것이다. 매번 정부에서도 교육의 여러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새로운 정책 마련, 교육 과정 개편, 입시제도 수정 등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뭐든지 바뀔 때마다 또 어떤 새로운 부작용이 생겨날까 학부모들은 불안해진다. 정책의 의도는 좋다고 하더라도 현실에 적용했을 때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로 인해 고생하는 것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김영삼정부에서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단시간에 조기 영어교육 정책을 마련한 후 지금은 유아들조차 영어 학습지와 학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과연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접하게 되면 그 실력이 얼마나 향상될 것인지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갖가지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꼭 이렇게 일찍 시작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세계화를 위한 영어 구사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존의 중·고등학교 영어교육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현 정부도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점수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교 생활을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수행평가 때문에 학생들이 받아야 할 과외의 가짓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교사들의 촌지 관행을 없앤다는 취지로 교사들을 비판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존경심에 손상을 입혀 지금도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정년 단축 역시 기존에도 빈약했던 교사들의 인센티브를 줄여 교사들의 사기를 꺾고, 훌륭한 인재가 교사가 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영재를 육성한다는 교육정책이 발표됐는데, 이 역시 어떤 식의 부작용을 낳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선 영재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인간의 두뇌가 사춘기까지 계속 변화한다는 최근의 두뇌발달 연구의 결과로 미루어 어떤 아이든 그 능력을 일찍 함부로 단언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확히 규명하기 힘든 영재라는 허상이 보통의 아이들과 똑똑한 아이들 모두에게 열등감과 중압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짙다. 혹자는 하향 평준화로 수준이 떨어진 현 교육제도 아래에서는 고급 인재 양성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영재교육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인재가 부족하여 노벨상을 타지 못하고, 첨단 기술이 낙후한 것일까? 지금도 우리 사회에 여건만 주어진다면 세계 최고의 성취를 할 인재는 충분하다. 지난 6월 월드컵 전사들이 이를 충분히 입증했다. 기초과학과 첨단과학 분야에 장기적으로 많은 투자를 한다면 일본처럼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문제의 해결 방안은 다른 곳에 있는데 마치 우리가 영재교육을 소홀히 해서 뛰어난 인재가 나지 않는 것처럼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의 불씨를 키우는 것과 같다. 얼마 전 반복된 성형 수술의 부작용으로 코가 일그러진 세계적 가수 마이클 잭슨의 얼굴이 각종 신문에 크게 보도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주 새로운 수술을 시행한 결과 코 본래의 기능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우리 교육정책 역시 갖가지 문제가 있다고 함부로 개혁의 칼을 휘두르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마이클 잭슨의 일그러진 코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하고 바란다. 교육의 개혁은 국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장기적 계획을 세워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차근차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 2002.12.12.문화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