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도본부는    · 시작페이지로    · 즐겨찾기    · 오시는길    · 메일보내기    · 사이트맵

2023년 06월 10일 토요일

내용검색  

약탈당한 문화재

세계마당

우리마당

재외동포

문화재

동북공정

순국선열

상고사

역사

  현재위치 > 독도본부 > 민족광장 > 우리마당 > 칼럼

 


왕릉 앞에 웬 연못?

왕릉 앞에 웬 연못?  

세계인의 시선을 모으며 한 달간 벌어진 잔치는 끝났다. 19세기 이래 국운이 내리막길을 걷다가 일본 제국주의에 희생되었고 끝내는 분단에까지 이른 우리의 현대사에서 이번 일은 놀랍고도 새로운 경험이다.


특히 6·25 전쟁으로 세계인에게 전쟁의 참상만이 강조되어 헐벗고 가난한 나라라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월드컵은 국가 이미지를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1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서구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부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조선 경종 묘 ´의릉´ 만신창이▼


서구에 연원을 둔 운동경기니만치 동양인의 체구나 체력으로는 난점이 많았을 터인데 바로 그 서구인 감독을 고용해 지피지기의 전략을 구사했으니 우리의 국력이나 식견도 이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고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듯싶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이 안겨준 자부심 회복은 일시적이며 외향적인 것이어서 이제부터는 내실 있는 자부심의 회복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정체성 확립과 관련되며 우리 역사와 전통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에서 시작되어야 할 터인데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는 우선 식민사관의 극복과 올바른 역사관의 정립 등 정지작업이 필요하거니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보다 우선 할 수 있는 일은 살아 있는 전통문화인 문화재를 복원하고 보호하는 일이며, 특히 사라져가고 있는 문화재를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왕실관련 문화재인 왕궁이나 왕릉을 들 수 있다. 왕궁의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에 훼철된 데 비해 왕릉들은 우리의 손에 훼손되고 있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특히 서울 부근에 산재한 조선 왕조의 왕릉들은 우리의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왕실 관련 문화재를 존중하자는 논의를 복벽(復읉)주의로 폄하하는 단세포적인 사고까지 가세하고 왕실관계사를 전공하는 것을 고루하다거나 전근대적이라고 생각하는 근대주의 학풍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왕실 관련 문화재는 우리 국민이 공유하는 고급문화의 징표다.


왕릉은 왕과 왕비의 사후 안식처로 인식되었던 만큼 효도를 으뜸 덕목으로 삼았던 당대의 기술 수준과 예술적 능력이 극대화된 문화재다. 중국의 진시황은 자신의 음택을 자기 손으로 짓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왕릉은 예를 중요시하던 그 시대 후속 왕들이 장례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장치였고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까지 포함된 복합문화재다.


왕릉의 위치와 크기, 병풍석이나 난간석 유무, 정비(正妃) 외에 계비(繼妃)들이 존재할 때 어느 왕비를 합장하느냐 하는 문제, 석물들의 자리 매김 및 그 크기나 세련성, 주변 조경 등의 연구를 통해 당시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는훌륭한 자료이자 종합예술품이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있는 의릉은 우리 손으로 만신창이를 만든 좋은 예다. 이 능은 조선 왕조 20대 왕인 경종과 그의 계비 어씨가 묻힌 곳이다. 필자는 고교 시절 이 부근에서 살았는데 천장산 동쪽에 있던 의릉 옆 잔솔밭 산길을 타박타박 걷다가 무료해지면 곧잘 의릉에 들러 쉬어가곤 했다.


▼경내엔 일본 정원수 빼곡▼


그로부터 사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 문화재위원으로 그곳을 방문한 필자는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실감했다. 그 수양 좋던 소나무들은 간 곳 없고 정자각 앞에 연못을 파 놓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 종의 정원수들을 가득 심어 놓은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좌청룡 우백호에 해당하는 동산들은 건물들로 뭉개져 있었다. 낯익은 건 정자각 앞에 있던 해묵은 향나무 두 그루뿐이었다. 그 모습은 우리 현대사의 굴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으며 마구잡이로 살아온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 가슴아팠다.


왕릉 앞에 연못이라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몰상식이다. 하루바삐 연못을 메우고 주변을 정리해 원상으로 복구해야 하겠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들도 건축연도에 따라 점차 정리해 가야 하겠지만 우선 능 가까이 있는 건물부터 헐고 좀 떨어져 있고 아직 사용할 만한 건물들은 문화재를 관리하거나 연구하는 기관에서 사용하면서 의릉을 관리·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옥자 서울대 교수·국사학·규장각관장

2002.7.7.동아일보
관련
내용
관련내용이 없습니다

 

 

| 개 요 | 이 책은 2008년도에 일본 중의원에서 독도문제와 ...

 

 
  Copyright ⓒ 2001.독도본부. All rights reserved
전화 02-747-3588 전송 02-738-2050 ⓔ-Mail : dokdo2058@korea.com
후원 : 기업은행 024-047973-01-019(독도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