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도본부는    · 시작페이지로    · 즐겨찾기    · 오시는길    · 메일보내기    · 사이트맵

2023년 06월 10일 토요일

내용검색  

약탈당한 문화재

세계마당

우리마당

재외동포

문화재

동북공정

순국선열

상고사

역사

  현재위치 > 독도본부 > 민족광장 > 우리마당 > 칼럼

 


함성, 그 이후

함성, 그 이후  

`월드컵’에 나선 한국 축구팀의 기술은 가히 무예의 경지였다. 도심의 광장에 지축을 뒤흔들 듯 울려 퍼진 함성은 중원의 16파 가운데 하나로 끼어 드는 데 일단 성공한, 반도 남쪽 무림의 절정 고수들이 종횡무진으로 뽑아 올리고 있는 내공의 원천을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황, 유, 홍, 이, 박, 안 등등 사형 사제들이 화려하게 펼치는 초식 하나 하나가 열광의 도가니를 이루어냈고, 이들에게 비급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진 `화란' 출신의 은발사부는 이제 하나의 권력이 되어가고 있을 정도이다. 실로, 이들 신흥 무협들의 기세가 놀라운 속도로 세상을 압도해가고, 환호의 현장은 한때 금기의 색이었던 붉은색의 물결이 뒤덮고 있다. “네가 `세리머니’를 아느냐?”에 답하듯 이들의 몸짓이 또한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광의 뒤안길에는 역사가 철저하게 외면 당하고 있는 현실이 있음을 우리는 그저 지나칠 수 없다. 광장과 함성은 있으나, 현실과 역사는 그 광장의 주제 가운데 하나조차 되지 못하고, 관객은 넘치나 진정한 주역으로 나서려는 이는 찾기 힘들다. 이러는 사이에 `6·10 항쟁 15돌’과 `6·15 남북공동성명 2돌’은 망각의 늪 속에 실종되어버렸다. `6·13 지방선거’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에게 무참하게 저버림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전쟁국가체제를 날로 강화해가고 있는 미국의 `본토안보부’ 창설과, 선제공격론을 아예 조지 부시 정권의 외교 독트린으로 정식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대응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나라가 온통 축구제전의 열기에 휩싸이면서 “대~한민국”을 부르짖지만, 그 대한민국이 종국에 처하게 될지도 모를 시대적 운명에 대한 관심은 부재중이다. 이것이 함성, 그 이면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국민의 정부’가 몰락해버린 자리에 식민주의적 사대주의를 추종하는 냉전형 특권세력이 이 시대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는 것은 비극이다. 19세기적 특권의식과 20세기적 냉전사고, 그리고 식민주의 정치의 도구인 봉건적 정치문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물과 세력이 결코 이 시대의 대안일 수는 없다. 수십 년 세월의 비리와 부패구조를 유지해왔던 자들이 마치 새로운 정치적 도덕성을 갖춘 존재인 양 대중을 기만하면서 `몸을 낮춘다'는 책략으로 본래의 정체가 숨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지금 이를 간파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축제는 곧 끝날 것이며, 우렁찬 열기를 뿜어냈던 광장은 내일이면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함성은 어느새 아스라해져갈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여전히 우리 앞에 우뚝 서서 답을 요구할 것이다. 역사에 곁눈도 주지 않는 이들의 결집과 열광은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공허해진다.

뜨겁지만 이내 허탈하고, 화끈하나 결국 길지 못하며 당장 무엇이든 이룰 기세이나 금새 흩어지고 마는 우리. 약간이라도 교묘한 자들이라면 이런 백성들을 이리 몰고 저리 끄는 술책을 쓰는 일은 어렵지 않다. 역사의 공백을 채우는 일에 한치의 관심도 보이지 못하는 광장과 함성은 우리 스스로를 시대의 벼랑으로 모는 길목이 될 뿐이다.

1백년 전, 중원의 고수들이 다 모여 저항했으나 서세동점의 침탈 앞에서 동아시아의 대국은 마침내 고난의 잔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거대한 무기가 몰려오고 있는 하늘과 바다를 보면, 이를 알려 하지조차 않는 저 열광이 비통하다. 시대를 담아내지 못하는 광장의 몸짓은 역사의 낙오를 재촉하며, 끝내 `역사의 무서운 보복’ 앞에 우리 모두를 날카롭게 세우고 말 것이다. 그러기까지 아직 시간은, 다행히도 남아 있다.

김민웅/ 재미언론인·미국 뉴저지 길벗교회 담임목사


2002.6.19.한겨레

관련
내용
관련내용이 없습니다

 

 

| 개 요 | 이 책은 2008년도에 일본 중의원에서 독도문제와 ...

 

 
  Copyright ⓒ 2001.독도본부. All rights reserved
전화 02-747-3588 전송 02-738-2050 ⓔ-Mail : dokdo2058@korea.com
후원 : 기업은행 024-047973-01-019(독도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