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도본부는    · 시작페이지로    · 즐겨찾기    · 오시는길    · 메일보내기    · 사이트맵

2024년 04월 21일 일요일

내용검색  

약탈당한 문화재

세계마당

우리마당

재외동포

문화재

동북공정

순국선열

상고사

역사

  현재위치 > 독도본부 > 민족광장 > 우리마당 > 칼럼

 


영어만 잘하면 된다굽쇼?

영어만 잘하면 된다굽쇼?  

아침신문 1면에 대문짝 만한 광고가 나왔다. “여보, 옆집 애는 어학연수 간다는데 …”라는 문구를 보고 어학연수기관 선전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도지사로 출마한 후보의 선거공약 광고였다.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가 자녀 교육이었고, 그 중에서도 영어 교육이었다며 외국인과 함께 영어로만 생활하는 ‘영어마을’을 만들어 ‘영어 일등’도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광고를 보고 있자니 초등학교 때 일이 생각난다. 필리핀이 미국의 쉰몇번째 주가 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반 아이들이 논쟁을 벌였다.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필리핀이 초콜릿과 드롭의 빨락종이 포장으로 상징되던 ‘지상천국 미국’의 주로 편입되고 싶어하는데 우리나라도 빨리 그래야만 한다는 쪽과 미국의 한 주가 되면 영어도 잘하고 맛있는 것도 실컷 먹을 수 있겠지만 얼굴이 백인처럼 하얗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사람 티가 나서 진짜 미국인은 될 수 없다는 쪽으로 편이 나뉘었다. 국민투표가 진짜 있었는지 해외토픽에 소개된 우스개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필리핀 하면 나는 항상 미국의 주가 되고 싶어한 나라로 기억한다.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고 영어가 공용어인 필리핀은 그 뒤 영어 잘하는 대학 출신 가정부를 해외에 수출하는 아시아의 빈국이 되었다.

영어가 미국 언어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 널리 쓰임을 모르지 않는다. 영어가 밥먹여 주냐는 말은 괜한 소리고 영어로 밥먹고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영어를 잘하는 것은 다른 것을 잘할 때 필요한 것이지 영어만 잘해서는 무엇도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교육의 산적한 문제를 제쳐놓고 ‘영어마을’을 공약으로 내세울 지경에 이른 것은 우리 사회가 영어에 대해 품고 있는 환상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엔 영어에 대한 환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쉰몇번째 주가 되고자 하는 층이 있고, 그게 아니라면 자식이라도 미국 시민이 되게 해 주려는 층이 폭넓게 존재한다. 이들도 국민이고 유권자이니 원정 출산을 합법화하자는 정책도 나올 법하다.

1970년대 이후 재벌이나 권력층, 해외지사 상사원과 유학생 가운데는 자녀를 미국에서 낳아 미국 시민권을 얻게 하고, 자신들도 미국 시민권자인 자녀의 부모로서 손쉽게 시민권을 얻고 미국을 들락거리는는 층이 많았다. 그들이 현재 폭넓게 이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공직 진출자 가운데 심심찮게 이중국적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런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은 너도나도 원정 출산의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엔 한국 의사들이 산원을 꾸며놓고 여행사들은 원정 출산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도층 인사들도 원정 출산이든 이중국적이든 버젓이 대접을 받는데 내 자식이라고 못할소냐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요즘 인기 있는 취학 전 어린이를 위한 영어 전문학원은 하루 세시간 정도 수업인지 놀이인지를 하는데, 비용은 한 달에 100만원에 가깝다. 교사는 무조건 하얀 얼굴이어야 하며, 조상 대대로 미국인이라도 유색인종은 안 된다. 한국인 2세, 3세도 교사로 쓰지 못한다고 한다. 혀뿌리를 자르는 수술을 해서 영어를 잘하도록 해주는 ‘엽기부모’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얼굴색은 바꿀 수 없어서 진짜 미국인 되기는 걸렀다는 주장이 탁견이었음을 알겠다.

필리핀은 권력층의 부패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져서 절대다수의 국민이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있는 층은 자녀를 유학 보내 미국민으로 만들고 나라의 부는 해외로 빼돌렸다. 국민 전체가 수혜를 받는 정책 대신 소위 능력 있는 사람만 모여라 식의 정책을 펴고, 그런 정책 수혜자들이 사회지도층이 되고 이들의 도덕성 결핍이 빚어낸 결과다. 영어만 잘하면 부국이 되고 강국이 된다는 국민들의 환상이 ‘영어마을’로 이어진 것이겠지만 그런 공약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몇이나 그런 혜택을 볼지를 생각하면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김선주 논설위원 sunjoo@hani.co.kr/2002.6.4 한겨레
관련
내용
관련내용이 없습니다

 

 

| 개 요 | 이 책은 2008년도에 일본 중의원에서 독도문제와 ...

 

 
  Copyright ⓒ 2001.독도본부. All rights reserved
전화 02-747-3588 전송 02-738-2050 ⓔ-Mail : dokdo2058@korea.com
후원 : 기업은행 024-047973-01-019(독도본부)